툭하면 멈추는 공공SW…'쪼개기 발주' 전면 재검토해야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대수술]
기형적 대-중소기업 컨소시엄 방식
공공시스템 품질·통일성 떨어지고
문제 발생땐 원인 파악하기 어려워
대기업 규제 푼다지만 실효성 의문
공공사업 참여기업 이익 현실화 필요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개발했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다시 구축하기로 한 것은 현행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발주 방식이 지닌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중소 SW 업체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공공 SW 구축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정책이 공공 부문의 정보기술(IT) 시스템 부실화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대·중소기업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민원 체계를 마비시킨 새올지방행정전산망·정부24 장애 사태의 원인 파악이 늦어지는 것은 현행 공공 SW 시스템 발주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을 수행할 여력이 안 되는 중소 사업자 여럿이 한 사업에 달라붙어야 하는 구조는 전체적인 시스템 통일성을 떨어뜨리고 이번 사태처럼 문제 발생 시 원인 파악조차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수차례 오류를 겪었던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도 컨소시엄이 사실상 강제되는 현행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현행법상 대기업은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지만 예외 사업으로 인정돼 참여가 가능한 경우에도 반드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중소기업에 최소 사업의 50%를 할당해야 가산점 배점 방식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는 SW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사업 전체에 대해 책임지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타 중소 컨소시엄사의 작업에 일절 관여할 수 없다. 이번처럼 중소 업체들이 주도한 3차 개통 분야에서 추후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대기업은 사업 책임자로서 중간 진행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초기에 수정할 여력이 없으니 개통 후 오류가 발생해야 문제점을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행정전산시스템이 크고 작은 장애를 겪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 17일부터 정부24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온·오프라인 민원 발급 시스템이 중단되자 시간에 맞춰 중요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9월 먹통 사태를 빚으면서 사회복지시스템 근간을 흔든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2차 개통이 이뤄진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간 접수된 민원만 40만 건에 육박한다.


잇따른 시스템 장애로 국민 피해가 커지자 공공 SW 관련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월 일부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과기정통부 방안은 1000억 원 이상의 공공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컨소시엄 구성 방식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매년 1000억 원 이상 대형 사업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그 정도 규모의 사업은 이미 대부분 대기업 참여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어 규제 완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물론 공공 SW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대기업 참여 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공공 SW 발주 방식이 시행 10년을 넘은 만큼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공공 SW 사업의 이익률을 민간 부문 사업처럼 현실화하고 SW 특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공공사업 영업이익률이 제로(0)에 수렴하는 등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며 “SW 특성을 감안해 예산 책정을 유연하게 하는 등 품질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관점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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