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잡아라…정부, 73개 품목 살핀다

소비자원, 내달 조사결과 발표
23일부터 신고센터 운영도 나서
내년 76개 품목 할당관세 적용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관련 부처 간담회에서 조홍선(오른쪽 두 번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격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꾀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대국민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또 물가 불안과 국제유가 변동성에 대응해 내년 76개 품목의 관세를 낮추는 대책도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슈링크플레이션 관계 부처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슈링크플레이션 현황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식의 ‘꼼수 인상’을 가리킨다. 최근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품목별 가격 동향 점검에 나서자 식품 업계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 소비자원은 이달 말까지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 달 초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서 가격 변동 정보 외에 중량 변동 정보까지 공개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또 조사 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용량 조정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3일부터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는다. 이 밖에도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와 자율 협약 체결을 추진해 ‘숨은 가격 인상’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도 ‘2024년 탄력관세 운용 계획’을 입법 예고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기재부는 우선 내년 76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의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소매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 내년부터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18개 품목이다. 구체적으로 설탕과 원당은 내년 상반기까지 무관세가 적용된다. 최근 설탕값 급등으로 빵·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슈가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설탕 관세율은 내년 하반기부터 5%로 소폭 상향된다. 닭고기는 내년 1분기까지 무관세가 적용된다.


액화천연가스(LNG)와 부탄·프로판 등 액화석유가스(LPG)는 내년 상반기까지 수입품 전량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 관련 품목의 하반기 지원 연장 여부는 내년 상반기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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