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쌀의무매입제’를 명시한 양곡관리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부딪히자 2라운드 대결에 나섰다. 의무매입제 대신 ‘가격보장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양곡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보장제 역시 의무매입제처럼 막대한 국민 혈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데도 야당은 재추진 법안에 얼마의 재정이 소요되는지 비용 추계조차 담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2일 농림축산식품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10여 개에 대한 심사를 재개했다. 앞서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활용해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자 후속 입법으로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민주당 측이 추진하는 양곡법의 가격보장제는 쌀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해당 차액 중 일정 비율을 정부가 농가에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가 매년 양곡의 기준가격과 시장가격 차액의 지급 비율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던 이유를 반영했다고 강조한다. 폐기된 법안은 쌀 수요 대비 3~5%의 초과생산량이 발생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도록 해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추진하는 가격보장제는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벤치마킹한 만큼 시장 논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정부 여당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가격보장제로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수 있고 과잉생산을 불러일으켜 장기적으로는 쌀값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재발의한 양곡관리법에는 비용 추계도 담기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생산량과 수요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이처럼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법안은 다음 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야당이 또다시 법안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림소위는 야당이 과반으로 단독 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농해수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아직은 그럴 일(강행)이 없겠지만 정부의 입장까지 감안한 방식으로 추진하는데도 불구하고 무대책으로 반대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을 가결했다. 핵심 자원의 수요 및 공급 관리, 조기 경보와 위기 대응 체계 구축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급망 3법(소재·부품·장비특별법, 공급망기본법)’의 연내 완성이 가시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