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전화 상담 업무를 하는 민간 위탁업체 소속 고객센터(콜센터) 직원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원 700여명이 지난 1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직고용 문제를 둘러싸고 3년간 진통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잦은 파업에 따른 콜센터 먹통으로 애궂은 국민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고객센터 노조원 700여명이 1일 원주혁신도시 공단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지 22일째다. 고객센터 노조원들은 “건보공단 상담사들이 비정규직으로 협력사 직원인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공단이 700명에 달하는 동료를 해고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원 중 파업 대표 10여명은 단식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이 고객센터 노조원 문제로 내홍을 겪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단은 2006년부터 민간위탁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2개 민간업체가 공단과 2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맺고 상담사들은 이들 업체 정규직으로 일한다.
하지만 그동안 고객센터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공단이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2021년 이 문제로 처음 총파업을 벌였고 김용익 전 공단 이사장이 본사 로비에서 단식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후 공단과 노조가 여러 차례 협의 끝에 별도의 소속기관을 설립해 고객센터 직원의 고용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양측이 2021년 1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노사 및 전문가 위원회(이하 노사전)’ 구성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횟수만 13차례에 달한다.
문제는 구체적인 전환 대상과 채용 절차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고객센터 노조는 “건보공단 상담사들이 비정규직으로 협력사 직원인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고객센터 노조는 민간협력사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공단과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고객센터 노조는 노사전 첫 회의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 이상 집회 등 파업을 했다”며 “이들은 무시험 전원 전환채용, 과도한 임금인상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전체 상담사(1692명)의 41.4%가량인 701명을 공개경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정부가 2019년 2월 발표한 정책추진방향 이후 채용한 701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지만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 등을 확보해 공개 채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기존 근로자의 근무기간과 경력에 따라 가점을 부여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단의 채용계획과 관련해 고객센터 노조 측은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자들을 직업기초능력평가(NCS)를 통해 공개경쟁 채용하며 입사자 700여명을 해고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공단이 정규직과 동일한 NCS 시험을 진행해 노조원들을 걸러내려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건보공단 측은 “상담사는 민간협력사 소속의 정규직 직원으로 공단과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공단이 700여명을 해고한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NCS 필기시험도 적용을 논의한 바가 없고 상담사의 경우 상담업무에 맞는 직업기초능력평가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은 고객센터 상담사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 기준 고객센터 상담사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245만원으로 같은 기간 최저임금인 201만원보다 44만원 가량 많은 수준이다. 매년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이 1%대에 그쳤지만 올해 고객센터 상담원 인건비는 전년 대비 4.89% 인상되는 등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설명이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무기한 파업이 이어지면서 공단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11월 부과자료 연계와 소득 사후정산 첫 실시를 앞두고 상담문의가 가장 많은 민원 집중기에 맞춰 고객센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콜센터 가동률이 평소 80~90%에서 62%로 떨어어져 전화가 먹통이 되는 등 국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집회신고 장소를 벗어난 파업 등 고객센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