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성과주의 인사…권봉석·신학철 2부회장 체제로

LG그룹 24일 그룹 인사 마무리
권영수 빈 자리 두고 부회장 2인으로
실적부진 LGD 구원투수에 정철동
신학철 이어 권봉석 부회장 유임
이노텍 대표에 70년대생 문혁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21일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LG

취임 5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부회장단 일부를 교체하면서 성과주의 경영에 힘을 실었다. 44년간 LG그룹에 몸담았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이 용퇴하고 전날 신학철 LG화학(051910) 부회장에 이어 권봉석 LG 부회장의 유임이 확정됐다. 올해 인사에서 추가로 부회장 승진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LG그룹은 당분간 ‘2인 부회장’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회장 승진설이 나오던 정철동 LG이노텍(011070) 사장은 LG디스플레이(034220)로 자리를 옮겼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사업구조 고도화 노력 속에서도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물러나게 됐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4일 LG전자(066570)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올해 정기 임원 인사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점쳐졌던 조주완 사장은 부회장 승진 없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이날 그룹의 상당수 인사를 마쳤다. 지주사인 LG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생활건강(051900) 등 주요 계열사의 임원 인사안을 의결했다. 권봉석 부회장은 유임됐고 정철동 사장은 실적 부진에 빠진 LG디스플레이의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돼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정철동 신임 사장은 1961년생으로 1984년 LG반도체에 입사한 뒤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 생산기술 담당 상무를 지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 상무·전무, 최고생산책임자(CPO)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9년 LG이노텍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2021년·2022년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탁월한 경영 성과를 이뤘다. 정호영 사장은 어려운 경영 환경과 실적 악화 속에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수주형 사업 확대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 추진했지만 결국 물러나게 됐다.


LG이노텍에서는 정철동 사장의 뒤를 이어 문혁수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1970년생인 문 부사장은 LG이노텍에서 처음으로 1970년대생 CEO가 됐다. 이날 늦게 이사회를 연 LG유플러스(032640)는 황현식 사장의 유임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도 유임됐다.


이밖에 LG에서는 박준성 ESG팀장이 부사장으로, 이은정 인사팀장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김성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전무(1명), 상무(6명) 등의 인사가 단행됐다. LG이노텍에서는 전무 3명, 상무 4명의 승진이 결정됐다. LG생활건강에서는 이명석 LG화학 경영기획담당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맡는 등 총 10명의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LG경영개발원과 LG스포츠에서는 각각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 부사장과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올라섰다.


이번 인사에 대해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경영 실적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인사 쇄신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2018년 취임 당시 자리에 있던 6인의 부회장(권영수·박진수·조성진·차석용·한상범·하현회)은 이제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이와 함께 2인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당분간 부회장 공석을 둬 각 계열사에서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도록 유도했다는 평가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영입한 1호 인재로 알려져 있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 체제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차기 부회장 후보로는 올해 LG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조주완 사장과 이번에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정철동 사장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 등의 퇴임에서 나타나듯 구 회장이 비교적 젊은 경영진과 미래 비전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부회장 수를 줄이고 50대 임원을 전진 배치하면서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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