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에게 편법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약 5년간 재판을 이어온 끝에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났으나 2심에서 일부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3일 영업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함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 회장에 대해 “증거 관계상 2016년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과 관련해 지원자 A씨의 부정 합격에 (함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이 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관련해서 신입사원 선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심 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새로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로 인해서 정당하게 합격해야 할 지원자가 탈락했을 것이라는 점은 불리한 점”이라면서도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하나은행의 이익을 위해 그와 같이 개입한 것으로 볼 측면도 높지 않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함 회장은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가 선고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판단을 받겠다”며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함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기용 전 부행장은 1심에서 선고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하나은행 법인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함 회장은 지난 2015년 하나은행에서 행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인사청탁을 받고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합숙면접·임원면접 과정에 개입해 불합격 대상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특정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신입행원의 남녀 비율을 4대 1로 차별 채용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함 회장에 대해 수사를 착수해 지난 2018년 6월 재판으로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부정채용 지시의 증거가 없고 차별 채용이 은행장의 의사결정과 무관한 관행이었다며 함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과 하나은행 법인은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