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는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비닐하우스 안은 후덥지근했다. 머리 위로는 햇빛이 고스란히 내리쬐고 온풍기에선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농가에서 사람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딸기 품종 ‘킹스베리’의 생육에 유리한 20도 내외의 환경을 맞추기 위해서다.
21일 찾은 충남 논산의 한 딸기 농장. 다른 품종보다 훨씬 커다란 킹스베리가 이른 아침부터 바구니 안에 차곡차곡 담겨 모습을 드러냈다. 박형규 논산킹스베리연합회장은 이날 새벽부터 일어나 수작업으로 딸기를 땄다. 선선할 때 수확해 빠르게 대형마트로 보내야 단맛과 신선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꽃대인 ‘1화방’에서 난 딸기들은 올해 유통되는 첫 수확물이다. 열매가 다시 달리는 다음 달부터는 과육이 더 달고 커지면서 절정에 이른다.
킹스베리는 여러 모로 손이 많이 가는 품종이다. 병충해에 약한 특성 탓에 수시로 밭을 오가며 상태를 살피고 질소나 인산을 보충해줘야 한다. 과피도 얇아 한알 한알 따로 포장된다. 겉면이 짓무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단가는 같은 중량의 다른 딸기 대비 두배 가량 높다. “농사짓는 사람 같으면 아까워서 양품은 먹지도 못한다”는 박 회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논산에서 개발된 토종 품종 킹스베리는 어렵사리 살아남았다. 재배 방식이 까다로워 처음에는 농민들 사이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한 알 당 최대 90g에 달하는 계란만한 크기와 아삭한 식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시장에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당도는 평균 12브릭스 수준이다. 일반 딸기 대비 10% 가량 달아 어린아이들에게 사랑받는다. 박 회장은 “남매가 쪼개어 먹으면 배불러서 다른 걸 안 먹을 정도”라며 “맛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딸기는 시기상 귤에 이어 출하되는 겨울철 대표 과일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유통업계는 딸기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친다. 홈플러스는 2년 전 이 농장에서 킹스베리를 납품받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과일 브랜드 ‘신선농장’에 편입시켜 생산 관리에 참여했다. 올해 이 농가에서 나올 물량 중 70% 가량은 미리 확보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선농장에 지정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게 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며 “유통사도 경쟁력이 뛰어난 품종을 겨울 내내 확보할 수 있게 돼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입량을 첫해 대비 45% 늘렸다. 올해는 그보다도 20% 규모를 키웠다. 매장 내 선호도 역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수확철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판매량은 이전 동기 대비 6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딸기 매출 성장률 30%를 견인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회사 측은 올해 두배 이상 높은 판매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딸기의 몸값은 올 겨울 더 높아질 전망이다. 본격적인 출하가 예년보다 다소 늦어졌기 때문이다. 주산지 중 하나인 논산 일대 농가는 지난 여름 폭우와 이상고온으로 피해를 입었다. 김영석 농업회사법인 부성 대표는 "태풍이 휩쓸고 나서 묘목 값이 크게 오르는 통에 올해 농사를 포기한 사람도 많았다"며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고시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