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불법촬영' 혐의 황의조, 英 일정 그대로 진행…감독 "보여주는 모습으로 판단할 것"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하프 타임 때 몸을 푼 뒤 벤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의 소속팀 감독이 경기 출전 등 팀 일정은 경찰 등의 수사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의조의 소속팀 잉글랜드 노리치시티의 다비트 바그너 감독은 23일(현지시간) 현지 지역 매체 더핑크언(The Pink U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바그너 감독은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체 그림을 알 정도로 내가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벤 내퍼 단장이 황의조, 그의 대리인과 함께 이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며 "내가 판단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그라운드에서 내가 볼 수 있는 모습뿐"이라고 했다.


수사 당국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 감독으로서 황의조의 경기력과 몸 상태에 따라 출전 여부를 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에서 경쟁하는 노리치 시티는 한국시간으로 26일 자정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전 연인과 성관계 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 황의조는 11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일정을 마치고 노리치 시티로 복귀한 상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3대 0으로 승리를 거둔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의조의 소속팀 감독과 더불어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1일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황의조를 출전 시킨 것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선수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과 만나 "아직은 혐의가 정확히 나오거나 입증된 게 없다"라며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속팀 노리치에 돌아가서도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으면 한다"라고 황의조를 두둔했다.



축구대표팀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사무실에서 황의조 측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의조와 피해자의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의조에 대한 수사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월 사건은 황의조가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있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영상에 등장한 여성이 지난 8월 황의조가 불법으로 성관계를 촬영했다며 경찰에 처벌을 요구했고 황의조는 지난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피해 여성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촬영 사실을 안 직후 영상 삭제를 요구했지만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고 했다. 그리고 황의조와 피해 여성이 나눈 메신저 내용과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피해자는 황씨에게 “내가 분명히 싫다고 했잖아”, “싫다고 했는데 (영상이)왜 아직도 있느냐”고 말했다. 황씨는 이에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당초 불법 촬영을 하지 않았다면 또 불법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기 전에 삭제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황의조가 중국 주천제 파울에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황의조 사생활 영상 유포자는 친형수 A씨라고 밝혔다. A씨는 황의조의 사생활 영상을 온라인에 풀고 협박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및 강요·협박)로 입건돼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이에 대해 황의조 측은 23일 낸 입장문에서 "황의조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고, 형과 형수는 황의조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여전히 헌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형수 범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심지어 수사과정에 참여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항변 내용들이 무분별하게 공표되고 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형제간 금전 다툼이나 형수와의 불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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