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LG그룹 임원 인사가 24일 LG전자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LG는 올해 인사에서 위로는 주요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을 깜짝 교체하는 한편 아래로는 41세(1982년생) 임원을 발탁하는 등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를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임원 중 연구개발(R&D) 담당자의 비중을 늘려 ‘기술중심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끝으로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 부회장들이 모두 물러나 세대교체가 완성되면서 ‘구광모 2.0’ 시대가 열리게 됐다”며 “구 회장이 취임 6년차를 맞이하는 내년부터는 그의 색깔이 더욱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LG 인사의 면면을 보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른다’는 성과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LG이노텍을 이끌면서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던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고 LG이노텍 CEO에는 내부 출신인 문혁수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가 임명됐다. LG이노텍은 LG그룹 전자 계열사 중에서 ‘후순위’로 여겨졌지만 이번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배출하는 것은 물론 통상 외부 인물에게 내줬던 CEO 자리도 내부 인사가 차지해 ‘겹경사’를 맞았다.
세대교체 역시 올해 LG 인사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올해 LG그룹의 신규 임원은 총 99명으로 이 중 96명이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에 불과하다. 최연소 임원은 1982년생인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다. LG이노텍을 이끌게 된 문혁수 부사장도 전임보다 열 살이나 젊은 1970년생으로 LG그룹 최초의 1970년대생 CEO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R&D 인재가 약진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올해 승진한 전체 임원 139명 중 31명(22.3%)이 R&D 분야에 소속돼 있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그룹 내 전체 R&D 임원은 총 20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박형세 HE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과 정대화 생산기술원 원장(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내용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요직으로 평가받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창태 최고위기책임자(CRO·부사장)가 겸임하게 된다.
박형세 사장은 1994년 입사한 뒤 TV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홈엔터테인먼트 전문가다. 2019년부터는 HE사업본부장을 맡아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세계 1위를 이끌었다. 정대화 사장은 1986년 입사한 뒤 제조 경쟁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이석우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과 이충환 TV사업운영센터장, 이현욱 키친사업솔루션사업부장, 왕철민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김원범 최고 인사책임자(CHO) 등 5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LG전자는 기존 H&A(생활가전), HE(TV), VS(전장), BS(비즈니스솔루션) 사업부 외에 CEO 직속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해외영업본부 산하에는 글로벌 지역 대표 및 법인과 글로벌마케팅그룹, 소비자직접판매(D2C)그룹 등이 배치되며 윤태봉 북미지역대표(부사장)가 본부장을 맡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7월에 발표한 ‘2030 미래비전’을 향한 변화에 속도감을 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