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자고, 가정학습 몰아쓰고…수능 후 고3 교실 '개점휴업' 여전

수능 이후 프로그램 지원 2배 늘렸지만
교실 절반 '텅텅'…고3 2학기 파행 계속
일각에선 수시·정시 통합 운영 주장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고3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절반도 등교를 안 한다고 하네요. 학교를 간 학생들도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하고 이럴 거면 왜 학교에 보내는지 모르겠습니다.”(경기도 화성시 고3 학부모 A 씨)


16일 수능이 종료된 후 고3 교실은 어수선함 그 자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교외체험학습으로 한 달 가까이 학교를 비우고 남은 학생들은 휑한 교실에서 엎드려 자거나 영화를 보다 하교한다. 교육 당국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능 이후 고3 교실 ‘개점휴업’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3 2학기 파행을 막기 위해 수시와 정시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3 수험생들은 수능을 치른 후 논술·면접 등 수시 전형 대학별 고사를 치르거나 정시 전형 지원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수능 전 2학기 기말고사까지 마무리해 굵직한 학사 일정이 모두 끝났지만 법에서 정한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교실 문을 열어둔 상태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그간 쓰지 않고 모아둔 가정학습(교외체험학습)을 이 시기에 사용한다. 교외체험학습은 통상 연간 20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모두 모아 한 번에 사용할 경우 겨울방학 전까지, 사실상 졸업 전까지 등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시 대학별 고사가 남아 있는 학생들의 경우 이처럼 수능 전후로 교외체험학습을 쓰고 학원에서 논술·면접을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설명


문제는 학교에 남은 학생들이다. 어떤 교실은 출석한 학생이 열 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텅 비어 있고 교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자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고등학교 3년간 고생한 학생들을 강하게 지도하기도 쉽지 않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학교가 남은 기간 동안 책임지고 수시 대학별 고사 준비나 예비 사회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학생 관리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남은 기간 동안 학교에 가는 게 의미가 없으니 등교를 하지 않게 해달라고 조르는 학부모들도 있다. 한 학부모는 “차라리 이 시기에 대학별 고사를 준비해주거나 내용이 충실한 예비 사회인 교육을 병행하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도 고3 2학기 ‘교육 파행’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수능 이후 학년 말까지 초중고등학교의 내실 있는 학사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마약·도박 예방과 안전, 금융·경제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83개 기관이 참여해 171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어서 전년(43개 기관 80개 프로그램)보다 프로그램이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대체 교육 활동 내실화만으로는 이러한 교육 파행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시·정시를 통합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지용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변인은 “근본적으로 고3 2학기 내신 성적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파행 운영돼 온 측면이 있다”며 “교육 과정 정상 운영을 위해 수시 일정을 정시 시기로 미뤄 통합 운영하고 고3 2학기 내신 성적을 대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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