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5호선 연장은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 등 ‘메가 서울’ 구상을 꺼내자 거대 야당이 맞불 카드로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에는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의 접경 지역을 포함한 대도시권 광역철도 시설 확충 사업의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법안 의결 뒤 “겉으로만 김포를 위하는 척한다”고 여당을 몰아세우며 김포 지역의 표심을 건드렸다. 반면 여당은 “재정을 파탄 내는 입법 폭거”라며 반발했다.
여야가 담합해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여당이 재정 파탄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달빛고속철도의 경우 사업 타당성과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많다. 특히 복선 고속철도 사업비가 11조 원이나 드는데 운행 시간은 84분으로 별로 단축되지 않는다는 점이 비효율적 요소로 꼽힌다. 사업비 6조 원의 일반 철도를 깔고 고속 운행하면 86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2분 앞당기려고 5조 원을 더 쓰겠다는 셈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예타 면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2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표심을 잡으려는 여야의 의기투합으로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 특별법이 통과됨으로써 재앙이 시작됐다. 올해 4월에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총선 득표를 노린 지역 개발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 채무가 400조 원 이상 급증해 1000조 원을 훌쩍 넘은 현실을 자각해 씀씀이를 줄여야 할 때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와 국비가 각각 500억 원과 300억 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을 강행하면 재정 파탄을 초래할 뿐 아니라 텅 빈 달빛열차와 휑한 신공항이 미래 세대에 큰 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