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로 소주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롯데칠성(005300)음료가 3년 만에 신제품 맥주 ‘크러시’를 출시하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동안 롯데칠성은 클라우드를 통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는 듯 했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송년회 등 모임이 잦은 연말을 앞두고 롯데칠성이 야심차게 신제품을 출시하며 맥주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됐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지난 21일 유흥용 시장에 클라우드 신제품 크러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지난 2020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이후 3년 만의 신제품이다.
롯데칠성이 신제품 출시로 유흥용 시장을 선택한 것은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팬데믹 기간 주류시장에서는 가정용 채널이 유흥용 채널 비중을 뛰어 넘으며 주력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칠성은 클라우드를 통해 가정용 채널에 집중했다. aT에 따르면 맥주 소매점 매출 분석 결과 지난 2020년부터 3년 간 전체 시장 매출은 4조3771억원에서 4조1358억원으로 2.6%포인트 줄어든 가운데 롯데주류만 1895억원에서 2354억원으로 9.4%포인트 증가했다. 오비맥주(-0.71%), 하이트진로(-5.89%) 등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유흥용 채널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클라우드 맥주는 부침을 겪었다. 클라우드는 ‘소맥’으로 제조할 경우 강한 맥주 맛으로 인해 청량감이 덜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분기 롯데칠성의 맥주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한 203억원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 예측한 올해 롯데칠성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3%대에 불과했다.
이에 롯데칠성은 크러시를 출시하며 청량감을 강조했다. 크러시는 페일라거 타입의 라거 맥주로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 추진한 신사업인 만큼 맥주 실적 반등을 꾀할 방침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맥주 시장 내 유흥용 채널이 다소 취약한 만큼 이를 먼저 공략한 뒤 이르면 내년 초 가정용 채널에 입점할 것”이라며 “최대한 소비자와 접점을 많이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이 크러시 신제품 출시로 맥주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됐다. 맥주 시장의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는 게 관건일 것으로 예상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이 돼야 자연스레 마케팅 효과를 거둬 가용 시장에서도 판매 기조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칠성은 서울 강남과 강북 등 주요 상권의 점포들에 포스터를 걸고 신제품 판촉에 나섰다. 아울러 인기 아이돌 그룹 에스파 멤버인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확정하고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병 디자인 경쟁도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됐다. 주류 업계는 신제품을 낼 때 마다 기존의 갈색병에 라벨만 바꿔 출시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오비맥주가 카스를 출시하며 투명 병으로 변경했고, 하이트진로는 주황색 병을 선택해 켈리를 출시했다.
이어 롯데칠성은 최초로 크리스탈 컷팅 방식을 적용한 숄더리병을 도입해 크러시를 선보였다. 패키지 겉면에 빙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롯데월드타워를 형상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오줌 맥주’ 논란이 불거지며 칭다오를 비롯해 중국 맥주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터라 롯데칠성이 이 수요를 흡수할 경우 소주 ‘새로’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롯데칠성은 내년에 후속으로 신제품 ‘에일 맥주’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이 맥주 신제품 클라우드 크러시로 다시 맥주 시장 내 점유율 반등에 도전한다”며 “제로 탄산음료 시리즈와 ‘새로’ 등 신제품 흥행에 연달아 성공하며 국내 시장 지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뛰어난 제품력을 기반으로 트렌드를 파악하는 롯데칠성의 강점이 맥주시장에서도 통할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