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실질소득이 2022년 2분기 이후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고물가와 집중호우 영향으로 소득 하위 가구는 소득과 지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가 올라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도 연동해 실질소득이 증가한 것인데 저소득층은 이마저도 혜택을 보지 못한 겁니다.
즉 소득 하위20%가구는 소득 증가율이 물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었고, 반면 상위 소득자는 임금상승과 공적연금 수급액 인상 등에 따라 실질소득이 늘었습니다. 이상기후로 지난여름 쏟아진 집중호우도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23일 통계청의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1~3분위의 3분기 월평균 소득 증가율이 이 기간 물가상승률(3.1%)보다 낮았습니다. 분위별로 보면 2분위(272만 7000원)는 0.3%, 3분위(422만 원)는 2.3%증가에 그쳤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분위(624만 7000원), 5분위(1084만 3000원)는 각각 5.0%, 4.1%증가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별 소득상승으로 3분기 가계소득은 전년동분기 대비 3.4%, 실질소득으로도 0.2%증가해 소폭이나마 실질소득이 상승전환됐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1분위는 월평균 소득이 112만 2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0.7%줄었습니다.
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 및 임금 상승, 공적연금 수급액 인상 등에 따라 근로소득(3.5%)과 이전소득(11.7%)이 증가해 전체 소득을 견인했다고 평가했지만 고물가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된 것입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지난해 물가가 올라 올해 1월부터 연금에 반영된 것"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금에서 적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장은 “올해는 작년까지 0세부터 1세에게 주는 영아수당이 부모급여로 명칭이 바뀌고 금액 자체도 35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지급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공적 이전소득이 50만 원으로 16.0%나 늘어 전체 소득을 견인한 겁니다. 각종 연금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해 지급되는데, 지난해 하반기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올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액이 각각 1년 전보다 5.1%올랐습니다.
연금 수혜를 받는 고소득층은 물가 혜택을 받은 반면 저소득층은 기후 직격탄도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통계청은 1분위의 소득 감소에 대해 날씨영향을 대표적으로 꼽았습니다. 즉 7·8·9월 집중호우에 따라 임시일용직이 많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감소했고, 농가비중이 높다보니 사업소득도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농가 비중 높아 사업소득도 감소
이 같은 양극화는 실질소득 대신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은 명목소득에서 각종 세금, 보험료,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빼 도출됩니다. 분위별로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90만 7000원으로 0.6%증가에 그친 반면 5분위 가구는 831만 9000원으로 3.1%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분배지표는 2분기보다 악화됐습니다.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소득(균등화처분가능 소득 기준)을 비교한 5분위 배율은 5.55배로 1분기 6.45배보다는 축소됐지만 직전분기 5.34배에 비해서는 증가했습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분배 상황이 나빠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가장 소득이 낮은 소득 1분위는 전체 분위에서 유일하게 지출까지 줄였지만 10가구 중 6가구 가깝게 적자살림을 꾸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적자가구는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가구를 의미합니다. 1분위의 경우 적자가구 비율이 56.0%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1분기(62.3%)보다는 줄었지만 2분기(52.7%)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다른 분위의 경우 2분위는 적자가구 비율이 23.6%, 3분위는 20.3%, 4분위는 13.2%를 기록했고,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는 9.8%에 머물렀습니다. 저소득층에서 적자가구 비율이 증가한 건 지출을 줄였음에도 고물가 속에 꼭 써야 하는 항목의 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까닭으로 해석됐습니다.
특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불리는 교육 지출 격차도 벌어졌습니다. 1분위가 교육에 대한 지출을 13.9%줄일때 5분위는 19.4%늘렸습니다. 3분기 실질적 교육 지출 증감량 격차가 30%이상 벌어진 겁니다. 기재부는 “소득, 분배가 지속 개편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운영, 겨울철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 등 민생 안정에도 총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대안 제시를 했습니다. 실질소득 0.2%증가보다 집중해야할 곳은 따로 있다는 예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