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메기효과'…중고차업계 新사업으로 정면승부

[진출 한달째…시장 지각변동]
경쟁사 신사업·서비스 개편 촉진
SK렌터카, 자체 인증차 시범사업
롯데렌탈, 대여·매각 결합 서비스
엔카닷컴 '중개→거래' 사업 전환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지 한 달이 지나며 기존 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차별화한 강점을 내세우며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거나 기존의 중고차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사업자가 늘어나면서다.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이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24일부터 전용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현대차와 제네시스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아도 이달 1일부터 판매 대열에 합류하며 시장에 매물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양 사 매물의 가격이 높고 기대보다 이점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중고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기존의 판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중고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며 기존 업계가 긴장하고 여러 대응 방안을 연구했다”며 “아직 현대차의 사업 성적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중고차 시장을 뒤흔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뒤를 이어 중고차 시장에 새로 뛰어들거나 기존 서비스 모델에 변화를 준 사업자가 대거 나타났다. 인증 중고차 시장에 신규 진출한 SK렌터카가 대표적이다.


SK렌터카는 지난달 말 경기도 화성에 인증 중고차 동탄센터를 개소하고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를 시작했다. 단기·장기 렌터카로 운영하던 차량 중 무사고, 연식 4년 미만, 주행거리 8만 ㎞ 미만 차량을 상품화해 매물로 내놓았다. 렌터카에 한정되던 사업 영역을 중고차 판매로 넓힌 것이다.


SK렌터카는 중고차를 타인으로부터 사들이는 대신 자사가 운영하던 차를 매물로 선별하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직접 신차로 출고한 뒤 꾸준히 관리해온 차량이라 사고 여부나 운행 이력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는 월 100대 규모로 한정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SK렌터카 인증중고차 동탄센터 전경. 사진 제공=SK렌터카

롯데렌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도 온라인 플랫폼 마이카 세이브를 출범하며 중고차 사업을 본격화했다. 마이카 세이브는 3~5년간 장기 렌터카로 사용되다 반납된 중고차를 상품화해 온라인 장기 계약 방식으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신차 장기 렌터카보다 저렴한 가격에 관리된 차를 빌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고객이 차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중고차를 판매하는 구조를 갖췄다. 기존에는 계약이 종료된 렌터카 차량을 도매로 중고차 시장에 매각했지만 마이카 세이브 출시로 장·단기 렌털→중고차 렌털→중고차 매각이라는 사업 모델을 갖추게 됐다. 롯데렌탈은 2025년까지 온라인 거래용 중고차 5만 대를 확보할 방침이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은 단순 중개에서 거래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기존 엔카닷컴은 중고차 매매상과 개인 소비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에 머물렀다.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의 중간에서 차량 진단부터 판매·결제·환불 등 거래 전 과정을 직접 지원하는 ‘엔카 믿고’ 서비스를 내놓았다. 소비자는 판매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연락하지 않고도 엔카닷컴 소속 전담 직원을 통해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와 사업 모델이 유사한 케이카(K car)는 기존에 3일로 설정한 무상 환불 기간을 최대 7일로 확대 운영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고객 서비스에 변화를 줬다. 강점을 가진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오프라인 거점을 강화하기 위해 상품화 공정을 갖춘 홈서비스 메가센터도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사업자들의 경쟁으로 서비스가 다변화하며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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