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구축 부담 덜었지만…썰렁한 '제4이통사 신청'

초기 기지국 수 1/3로 줄이는 등
정부 '당근책'까지 제시했지만
포화된 시장에 사업성 크지않아
모집 첫주 신청기업 한곳도 없어
"28㎓주파수 활성화 필요" 지적도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체제 강화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제4이통사 찾기에 나섰지만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프라 구축 부담을 줄이는 식의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신규 할당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의 사업성 한계가 뚜렷한 탓에 제4이통사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20일 28㎓ 주파수 대역의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모집을 시작한 후 주무부서를 통해 신청이나 신청 문의를 넣은 기업은 24일까지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모집 개시일에 임박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공고내용이나 신청절차 등에 대해 (기업들의) 전화 문의가 일부 있었다”고 전했지만 모집 첫주 업계의 반응은 저조했던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가 포기한 28㎓ 대역을 새로운 사업자에게 독점 제공해 혁신적인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의 등장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통신시장 과점을 깨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19일까지 사업자 신청을 받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청 시 보증금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마감 기한에 임박해서 신청이 이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앞서 미래모바일이 신청 계획을 밝혔고, 몇몇 대기업도 제4이통사 후보로 거론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신청 마감일까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일곱 차례 실패했던 제4이통사 모집 시도와 마찬가지로 포화된 통신시장에서 기대되는 사업성이 크지 않고 특히 이번에는 인프라 투자 부담이 큰 28㎓ 대역을 서비스해야 하는 조건까지 붙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종텔레콤 등 과거 제4이통사에 도전했던 몇몇 기업들도 이번에는 신청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8㎓는 데이터가 이동하는 도로에 비유할 수 있는 대역폭이 현재 3.5㎓보다 넓어 더 빠른 통신이 가능하지만 기술적 한계도 명확하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론적으로 전자기파는 주파수의 제곱에 비례해 도달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3.5㎓에 비해 28㎓는 기지국 구축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8㎓는 전국망을 기준으로 조(兆) 단위의 망 투자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입장벽은 높은데 특화 서비스는 없어 모바일 요금제 가입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쓰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3.5㎓ 대신 선택할 유인이 적다는 한계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한계를 의식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매진했다. 이통 3사가 28㎓를 처음 할당받은 2018년에 비해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한 최저경쟁가격과 사업 초기에 의무로 갖춰야 하는 기지국 수를 3분의 1로 낮추는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 필요하면 신규 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49%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오히려 야당 의원들이 이런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먼저 발의하면서 조만간 관련 여야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28㎓ 활성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8㎓를 기존 통신시장의 경쟁촉진뿐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인 기업용(B2B) 5G 시장을 키우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5G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B2C를 넘어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과 경기장 같은 B2B 서비스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28㎓ 같은 고주파 대역 역시 미국 등에서는 B2B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에이비아이리서치에 따르면 기업 전용망인 5G특화망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억 달러(약 2조 원)에서 2030년 650억 달러(약 85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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