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守法]나도 혹시 산업스파이?

■법무법인(유) 화우 조규웅 변호사


최근 전 직장 동료들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 과거 S그룹에서 약 10년간 연구원으로 일을 했던 적이 있는데,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 선배 연구자들로부터 ‘갑자기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는데, 당황스러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국내 다른 경쟁사는 물론이고 전세계 유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직의 기회나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무척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기업 측면에서는 언제든지 경쟁사들에게 자사 연구원들을 빼앗길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연구원을 상대로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도 한편으로 전직금지약정, 영업비밀보호서약 등의 준수를 요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연구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 무역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면서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기업의 대응 강도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해당 기업에서는 인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신속하게 수사 의뢰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급기야 우리 기술과 인력의 해외 유출 심각성이 커지자 최근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 대응단’이 출범되기도 했다.


연구원으로 기술 개발 업무를, 또 검사로 다양한 영업비밀유출 사건 수사를 각 10년간 담당하면서 느낀 점은 ‘영업비밀유출 범행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퇴직 동료와의 퇴근길 술자리에서, 어쩌다 안부 인사와 함께 연락오는 SNS 대화를 통해서, 퇴직할 때 반납하지 않았던 자료들을 계속 보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부지불식간에 범행이 일어난다. ‘에이 이런 게 무슨 영업비밀이야’, ‘설마 이런 게 국가핵심기술이겠어’라고 치부하고 별 생각 없이 건네준 자료들이 어느새 국정원 첩보와 수사기관에서 중요한 범죄사실로 다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내가 월급 받고 일하는 동안 내가 만든 자료들은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보수를 지급한 회사의 자산’이라는 것, 그리고 ‘나에게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한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면 기존 회사의 자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남기고 가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우리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내 머리와 몸에 체화된 나만의 노하우, 나만의 기술을 새로운 필드에서도 충분히 잘 발휘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