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기업에서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여성 임원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젠더 컨설팅업체 '더 파이프라인'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7월 현재 FTSE 350지수를 구성하는 350대 대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대부분 이른바 '지원 기능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CEO 승진 가능성이 높은 손익을 담당하는 직책보다는 인사와 마케팅 직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의 남성 CEO 비중은 91%나 됐다.
파이프라인의 수 오브라이언 회장은 "리더는 직장 문화를 점검하는 승진 절차가 진정으로 공정하고 능력에 기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임원의 비중은 업종 간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운송(50%), 의료(46%), 보험(44%) 등에서는 여성 임원의 비중이 비교적 성평등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나 부동산(27%), 광업(16%)에서는 평균에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이번 조사에 포함된 사모펀드 2개 회사에는 여성 임원이 전무했다.
또 설문조사에 참가한 여성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작업 환경과 문화가 경영진 승진을 위해 극복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에서 헤지펀드 거물 크리스핀 오디와 최대 재계 로비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 등과 관련한 유명 성희롱 사건 이후 성평등 변화 속도가 느리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영국 의회는 금융 서비스 분야의 성차별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금융서비스 및 산업 감시기구인 금융업무감독청(FCA)과 건전성감독청(PRA)은 기업 내 소외된 집단의 발전 정도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