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냉각된 와중에도 해외 사모펀드(PEF)들이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최근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증가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인용해 올해 1~10월 전 세계 M&A 거래액이 2조 3000억 달러(약 3004조 7200억 원)로 10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기업에 대한 거래액은 25% 늘어났다. 이는 주요국 중 유일한 증가세다.
앞서 미국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그룹은 일본 파나소닉의 자동차 전장 부품 자회사인 오토모티브시스템즈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파나소닉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반도체, 감시 카메라 등 대표 사업들도 정리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잘라내고 핵심 분야에 투자하는 파나소닉에 기대감이 실리며 주가는 매각 발표날부터 4일간 13%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투자 업계는 일본 기업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헨리 멕베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의 노동인구가 부족해지고 있는 점을 들어 “임금 인상이 지속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설비투자도 크게 늘면서 구조적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칼라일의 제이슨 토머스 조사투자전략총괄은 “상장사들이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경기 둔화와 정부의 규제 등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을 대신할 아시아 투자처로도 주목받고 있다. 긴축 장기화로 조달금리가 높은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일본의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인 점도 투자 유인이 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가속화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