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 중 한 사람인 매국노 이완용(1858~1926)의 친일 행적을 기록한 비석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그의 생가터에 최근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성남문화원은 지난 22일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한 유치원 인근에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담은 비석(가로 75㎝, 세로 112.5㎝)을 설치했다.
이 비석이 설치된 곳은 이완용의 생가가 있던 자리다.
성남문화원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비석은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알려 후대에 역사적 교훈을 전하기 위해 250만원을 들여 설치됐다. 이 비석에는 이완용의 일대기가 425자로 담겨 있다.
비석에는 "이완용은 1858년 백현리에서 가난한 선비 이호석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9세 때 일가인 이호준에게 입양됐다" 등 개인사와 "을사늑약 후 내각총리대신이 돼 매국 내각의 수반이 됐다" 등 친일 행적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애초 설치 취지와 달리 이 비석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관상 일반적인 기념비와 큰 차이가 없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부적절한 설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진 성남문화원장은 "역사는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이완용의 친일 행적을 비석으로 세워 경각심을 주자는 취지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문화원 측은 철거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완용과 관련된 비석이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전북 부안군에 있던 ‘이완용 공덕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공덕비는 지난 1989년 전북 관찰사로 재직 중이던 이완용이 해일로 침수된 부안 지역에서 구호 사업을 벌인 것을 기념해 세워졌다. 공덕비는 폭 41.5㎝, 길이 109㎝, 두께 10㎝로 갓비(갓을 올린 비석) 형식으로 제작됐다. 개인이 보관하던 비석은 1973년 줄포면장이 3000원에 구매, 면사무소 뒤편에 세워놨지만 1994년 일제 잔재 없애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