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에 대한 비판이 야권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홍위병처럼 최고위원이 비주류를 색출하자고 하고 개딸이 호응하는 이런 파시스트 행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 대표와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의원, 개딸들이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완성됐고 사당화됐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토론회에서 “개딸 파시즘이 장악한 정당이 과연 민주정당이냐”며 “이런 정당에서 합리적인 민주적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을 겁박하는 개딸의 행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이원욱 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에 비명계 의원들의 사진과 ‘매국노를 처단할 것’이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까지 내걸고 살해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개딸의 협박에 편승하려는 친명계 인사들의 처사다. 일부 의원들은 가결표 의원 색출을 선동하며 비명계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무분별한 욕설 문자에 제동을 거는 결의문 채택을 시도하자 일부 의원들은 “개딸 악마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되레 옹호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27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의원 1표와 권리당원 60표가 동일한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을 대의원 1표와 권리당원 20표의 가치가 같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극성 지지층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권리당원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는 조치여서 친명계 후보의 공천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에서 극성 지지층의 입김이 너무 커지면 의회민주주의를 흔들고 정치 혐오를 초래하게 된다. 팬덤 정치는 포퓰리즘 정치를 증폭시키면서 합리적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오게 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파시즘’으로 비판받는 개딸들과 과감히 절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