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손 모양의 캐릭터로 ‘남성 혐오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한 금융그룹의 채용 담당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여대 출신 지원자는 거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국내 굴지의 부동산 신탁 회사에 근무한다는 A씨는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페미(페미니스트) 때문에 여자들 더 손해 보는 거 같은데?'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블라인드는 이메일 등으로 직장 인증 절차를 거쳐야 가입할 수 있다.
A씨는 "일단 우리 부서만 해도 이력서 올라오면 여대는 다 걸러버린다"며 "내가 실무자라서 서류 평가하는데 여자라고 무조건 떨어뜨리는 건 아니지만 여대 나왔으면 그냥 자소서 안 읽고 불합격 처리한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번에 넥슨 사태 보니 게임 회사도 이제 여자 거르는 팀들 생겨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자동차그룹 물류 업무를 전담하는 계열사 직원 B씨도 이 글에 "안타깝지만 우리 회사도 그렇고 아는 애들 회사도 여대면 거르는 팀 많다"고 댓글을 남겼다.
또 A씨는 "난리 치면 칠수록 기업에선 여자들 극성맞다고 더 안 뽑아줄 텐데 뭐 그 정도 생각이 있었다면 이미 이렇게 행동 안 했겠지만"이라며 "글 삭제 안 할 거니까 신고하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글을 지우고 말았다.
이날 새벽 A씨가 올린 글은 각종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여성혐오(여혐)’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대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여성들을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차별했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라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고용노동부에 '고용상 성차별 신고'로 A씨를 신고했다. 동시에 신고 링크와 방법 등을 공유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위반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게임업계는 남혐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에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던 ‘남혐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국내의 한 금융지주 회장도 2015·2016년 은행장이던 당시 공채에서 ‘남녀 비율을 4대1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지난 23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