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조업 분야 중에서도 신발은 우리나라의 외화벌이 효자 품목이었다. 1970년대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 컨버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OEM 생산기지가 되면서 세계의 신발 공장으로 부상했다.
이러한 상황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달라졌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OEM 공장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제3국으로 서서히 이탈하며, 1990년 43억달러를 넘어섰던 수출고가 1998년 8억달러까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들은 아직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다.
달라진 시장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은 OEM 생산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앞세워 자체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있는 중국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본사는 마케팅, 디자인, 유통을 담당하며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국제상사, ㈜진양, ㈜태화 등 국내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체 브랜드를 개발했다. 특히나 이 당시 국제상사는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 ‘아디다스’에 대항해 자체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상당한 규모로 론칭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OEM으로 다져진 품질 또한 우수해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최근에는 레트로 열풍으로 MZ세대 사이에서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진행, 업계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주)올위메이크이즈가 전개하는 운동화 브랜드 ‘아키클래식’도 주목할 만하다. 아키클래식은 2007년에 론칭한 국내 운동화 브랜드로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스니커즈 패션의 중심지라 불리는 일본시장에서의 활약이 뛰어나다. 일본의 ‘패션 중심지’인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 시부야를 비롯해 일본내 850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일본에서만 연 매출 100억을 내고 있다.
아키클래식은 일본 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현지화’라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AKB48 멤버이자 전 아이즈원 맴버였던 혼다 히토미, 야부키나코와 화보를 찍고, 일본 유명 인플루언서 ‘치이포포’와 전속 모델을 계약하는 등 유명 셀럽들과 매거진에서 제품을 꾸준히 선보임과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오사카 우메다 중심 번화가에 있는 복합시설 몰 ‘헵 파이브(HEP FIVE)’ 등 다양한 핫 플레이스에서 팝업 스토어를 전개 중이다.
무엇보다 일본 현지 라인 메신저와 SNS를 적극 활용했다. 대중들과 소통을 강화해 인플루언서들과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의 친밀감을 높였다. 실제 전속모델인 치이포포와 함께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2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본 현지 정기 수주회로 새로운 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운동화를 수입만 하던 시장이었는데, 한국 운동화 브랜드가 역으로 일본에 진출하고 큰 인기를 끈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10대~2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하다.”라고 평했다.
아키클래식 관계자는 “아식스, 미즈노 같은 일본 운동화 브랜드가 국내에서 성공한 것과 달리 일본에 진출한 국내 운동화 브랜드는 전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운동화로 성공한 것은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며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일본을 넘어 글로벌 운동화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들과 전략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