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402340)가 11번가의 운명을 다룰 이사회를 29일 연다. 이사회가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보장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확정하면 11번가는 사실상 강제 매각 수순을 밟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FI들이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콜옵션 만기가 다음 달 4일인 만큼 가급적 이날 결론을 내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 3500억 원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의 블라인드 펀드 1000억 원 △새마을금고 500억 원 등 총 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조건은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것으로 실패 시 SK스퀘어가 원금에 연이율 3.5%의 이자를 붙여 FI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이를 포기하면 FI가 대주주 SK스퀘어의 지분까지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넣었다.

이사회가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 SK스퀘어는 이자 포함 총 5500억 원을 FI에 돌려줘야 한다. SK스퀘어의 올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9126억 원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부침을 겪고 있는 회사 지분을 수천 억 원을 들여 사오는 것에 대해 임원진들 사이에 회의적인 여론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이 현재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5년 전 투자 유치를 담당한 임원들은 현재 회사에 남아있지 않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하고 11번가가 매물로 나오게 되면 헐값에 팔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 6월 말 기준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 80.3%의 장부가는 1조494억 원이지만 실제 매각에서는 이보다 현저히 낮은 값을 받을 공산이 크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 75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e커머스 기업 큐텐과의 협상에서 1조 원 이상을 받아내지 못해 결렬됐다. 실적이 부진한 데다 이미 한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된 11번가를 높은 값에 사줄 인수자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수자가 나타나 11번가가 매각되더라도 SK스퀘어는 계약 조건에 따라 매각 대금을 FI에 우선적으로 돌려줘야 한다. 낮은 가격에 매각될 수록 SK스퀘어가 손에 쥐게 될 자금도 적어진다.

FI 측에서 IPO 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등에서 투자한지 5년이 경과한 만큼 더이상 기다리기보다 자금 회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11번가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재 11번가는 2007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515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낸 11번가는 올 1~3분기에도 누적 영업손실 910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