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유 수급난에 대비해 해외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내로 반입하는 모의 훈련을 중동에서 북미와 유럽 내 생산기지로 확대한다. 특히 글로벌 원유 트레이딩 회사와 ‘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원유 반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트레이딩 회사가 우리의 해외 생산 원유를 현지에서 사면 정부가 한국 인근에 위치한 해당 회사의 저장 센터에서 같은 양의 원유를 받아 국내로 도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비상시 국내로 반입 가능한 원유 물량을 전체 해외 생산량의 74%(2022년 기준)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8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 공급망 관리 기본 계획을 2025년까지 수립한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급등 등 비상시에도 원유를 차질 없이 수급하기 위해 개발과 비축, 수급 관리 등 각 단계별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공급망 기본 계획의 핵심은 해외에서 생산한 원유를 비상 상황에도 국내에 안정적으로 들이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생산 광구를 대상으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됐던 반입 훈련을 북미·유럽 등의 생산기지로 확대해 정례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석유공사는 앞서 UAE 할리바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국내로 직도입하는 훈련에 성공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10만 배럴, 지난해에는 36만 2000배럴을 들여왔다.
정부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비상 시나리오에 따라 간헐적으로 진행했던 훈련을 정례화하고 대상 지역 역시 넓혀 위기 대응 능력을 한층 키우기로 했다. 훈련 대상 지역이 확대되면 위기 상황에도 이용 가능한 경로를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어 위기 대응이 수월해질 수 있다. 실제 UAE 할라바 유전을 대상으로 실시한 훈련에서는 중동 분쟁 시 폐쇄 위험이 큰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국내로 원유를 들여와 반입 훈련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올 10월 기준 석유공사는 15개국에서 23개의 원유 탐사·개발·생산 사업을 진행 중인데 우선 북미와 유럽 생산기지로 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를 신속하게 들여오기 위한 방안도 마련된다. 글로벌 원유 트레이딩 업체와 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원유 운송 기간을 줄이고 운송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석유공사가 미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원유를 글로벌 원유 트레이딩 회사가 현물시장에서 사들이면 해당 업체가 우리나라와 가까운 국가에서 저장하고 있던 물량을 한국에 운송해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운송 비용 역시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자원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를 넓혀 단순히 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이것이 실제로 국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안보”라며 “곳곳에서 공급망 불안 조짐이 보이는 상황이라 효과적인 대비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 측은 “기본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워낙 예산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추진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