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묻지마 베팅…공모주 시장 다시 과열[시그널]

LS머트리얼즈·블루엠텍 수요예측
기관들 상단보다 높은 가격에 참여
에코프로머티 등 새내기株 급등에
고평가 논란 불구 물량 배정 경쟁
업계 "기관·개인 서로 폭탄돌리기"

/이미지투데이

# 의약품 유통 플랫폼 운영 업체 블루엠텍의 수요예측 마감일인 28일, A 자산운용사는 회사의 공모가 희망 범위(밴드·1만 5000~1만 9000원) 최상단 가격으로 수요예측 주문을 정정했다. 수요예측 첫날 밴드 하단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주문을 넣었다가 투자 전략을 180도 바꾼 것이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밸류에이션 판단이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며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가격을 높여 주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22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LS머트리얼즈와 블루엠텍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 대부분이 공모가 밴드 최상단 이상의 가격에 주문을 써낸 것으로 파악됐다. ‘파두 사태’ 직후 기술특례 전형으로 상장에 도전하던 에이텀·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지만 3주가 채 지나지 않아 물량 배정 경쟁이 다시 치열해진 것이다.


LS머트리얼즈와 블루엠텍 모두 기술특례 전형 기업은 아니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부터 공모 흥행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요예측 분위기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LS머티리얼즈는 구주매출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 블루엠텍은 업계 1호 상장이라는 점에서 고평가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17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가 연일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공모주 시장 전반으로 투자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기관 수요예측 당시 17대1이라는 낮은 경쟁률과 3%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을 기록해 상장일 주가 부진을 점치는 증시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6.74% 오른 13만 3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 대비 267.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예상 밖 흥행이 연초 중소형 공모주 급등 현상을 재연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이후 상장한 일반 기업 6종목 중 5종목이 상장 첫날 급등세를 나타내며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에 상장한 에이에스텍(453860)은 장중 9만 65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2만 8000원) 대비 244.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3966억 원의 에이에스텍은 하루 동안 8511억 원어치가 거래되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1조 327억 원), 삼성전자(005930)(9572억 원)에 이어 일일 거래 대금 3위에 올랐다.


다만 급등 종목들 대부분은 상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급락해 추격 매수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24일 코스닥에 상장한 한선엔지니어링(452280)과 그린리소스(402490)는 각각 전일 대비 19.5%, 20.43% 하락해 거래를 마쳤다. 전 고점 대비 각각 37.6%, 34.7%의 하락률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계기로 기관은 시장이 대규모 매도 물량을 받아낼 여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사면 오른다’는 걸 경험했다”며 “이 같은 인식이 겹쳐 폭탄 돌리기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공모액이 1000억 원 넘는 중대형 IPO가 없다는 점도 중소형 공모주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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