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5일 만에 1500억 원의 자금을 빨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장비주에 집중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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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날 기준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와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858억, 685억 원으로 집계됐다. 두 ETF의 자산 규모는 이달 21일 상장 이후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총 1500억 원을 넘어섰다.
핵심은 개인투자자였다. 개인들은 상장 이후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85억 원,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154억 원 등 두 ETF를 총 249억 원어치 사들였다. 개인들은 앞서 지난달 17일 상장한 ‘ACE AI반도체포커스’도 상장 이후부터 전날까지 총 34억 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타 반도체 ETF 7종을 총 143억 원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를 빼고 HBM과 관련이 높은 중소형 장비주에 집중한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및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ETF의 반도체 패키징 장비주 비중은 각각 83%, 60%에 달한다.
반도체 패키징은 HBM 제조 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공정이다.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한미반도체(042700) 같은 국내 기업들이다. 지금처럼 반도체 업황이 반등하는 시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업체(IDM)보다 중소형 소부장 주식의 주가가 보다 탄력적으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ETF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SOL 반도체소부장’ 역시 최근 6개월간 22.3% 올랐다.
앞으로 HBM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반도체칩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4.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