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정상화 계기 마련…"상시법안 돼야" 목소리도

[기촉법 연장안 법안소위 통과]
상장사 17% 돈벌어 이자도 못내
10월까지 파산신청 작년건수 추월
법정관리보다 정상화 기간 짧아
유동성 위기 겪는 기업에 큰 도움
"사적 구조조정제도 필요" 주장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하며 기사회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다시 마련됐다. 기촉법에 근거를 둔 워크아웃 제도는 채권단 전체가 아니라 75%가 동의하면 법원의 관여 없이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 절차를 할 수 있어 위기에 몰린 기업이 안정적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제도로 꼽혀왔다.


앞서 기촉법은 연장안이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지난달 15일 일몰된 바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애로를 겪는 기업들의 정상화에 기여해온 기촉법이 일몰되는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기촉법 일몰 후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거나 유연하게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 어려워져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실제로 올해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4건으로 지난해 전체 파산 신청 건수(1004건)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8월까지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공제금 지급 규모도 894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2% 늘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다가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사업을 접을 때 돌려받는 제도다.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워크아웃 제도 유지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국회가 기촉법을 일몰 처리한 것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수단이 사실상 법정관리(회생절차)만 남을 처지에 처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 동결되는 등 기업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에 금융위는 워크아웃 공백기에 대응해 ‘플랜B’로 채권금융기관 구조조정 협약을 가동했지만 자율 협약이라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28일 “워크아웃 제도는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 그동안 큰 도움이 됐다”며 “정상화까지 10년이 넘게 걸리는 법정관리와 달리 워크아웃을 이용하면 평균 3년 6개월로 비교적 짧은 기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지원 자금 확보 및 상거래 유지 가능성, 수익성 회복, 높은 성공률 도달 등 여러 측면에서 반드시 연장이 필요한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촉법 3년 연장안이 국회의 첫 문턱을 넘으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법정관리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과 금융 당국은 기촉법 통과 소식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중소 협력 업체로 부실이 전이될 우려가 있어왔다”며 “기촉법 개정안이 정무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면서 부실징후기업이 워크아웃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기촉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금융위·금감원도 계속 목소리를 내왔다”며 “일단 법안소위를 통과해 매우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원이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만큼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촉법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연장을 통해)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기업의 방만 경영 등 부작용을 검토한 뒤 장점이 더 많을 경우 일몰 조항 없이 기촉법을 법제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중기 업계에서는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의 장점을 합쳐 중소기업이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적 구조조정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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