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로보틱스(454910)의 협동로봇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로운 전기차 생산 공정에 처음으로 투입되며 전방산업 공급처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준공한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공정에 적용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싱가포르에서 기존의 컨베이어벨트 생산 방식을 접고 작업자 1명과 로봇이 팀을 이룬 ‘셀(Cell)’ 방식의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하면서 공정에서 사용되는 로봇 종류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쓰이며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육중한 산업용로봇을 대거 줄이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이 전기차 공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하며 로봇 산업 생태계도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현대차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에 협동로봇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생산 공정에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은 이 공장에서 전장 부품 자동 집중검사 등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두산로보틱스와 덴마크의 세계 1위 협동로봇 제조사 유니버설로봇의 로봇을 도입해 자동차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로봇은 현재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시트 작동 검사 △차체 표면 품질 검사 △타이어 휠 볼트조립 △트랜스 미션 부품 조립 등 7가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당초 전통적인 컨베이어벨트 기반인 자동차 생산공장은 산업용로봇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적인 산업용로봇은 무게만 1톤이 넘고 길이가 7m에 달하는 제품도 있다. 크기가 워낙 커서 안전을 위해 펜스를 쳐 사람의 접근도 막는다. 산업용로봇을 한 번 투입하면 생산 공정을 바꾸기도 어려운 이유다.
사람을 대체하는 개념인 산업용로봇과 달리 직원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중량이 덜 나간다. 이 때문에 공정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오고 수요도 세분화 되면서 유연한 생산 방식→로봇 종류 다양화의 선순환이 작동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는 다품종 유연 생산 방식을 위해 소규모 작업장인 셀에서 미래차를 조립한다. 27개 셀에서는 작업자 1명과 사족보행 로봇, 운반로봇, 협동로봇 등이 함께 생산 작업을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한국의 새로운 전기차 공장에 이 같은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협동로봇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협동로봇 사용처가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9억 6000만 달러였던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내년 16억 달러로 성장하고 2030년에는 98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주요 산업들의 생산 방식이 대거 바뀌면서 국내 로봇 업체들도 협동로봇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퍼트너십을 늘리고 있다.
산업용로봇 1위 기업인 HD현대로보틱스는 글로벌 3위 협동로봇 제조사인 대만의 테크맨과 손잡고 경량형 협동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공장에 들어가는 산업용로봇 분야 국내 1위 기업이지만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라 관련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도 지난 9월 한화로보틱스를 새롭게 출범하며 협동로봇 라인업을 늘리기 위한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동로봇이 단순 작업에서 식음료(F&B) 제조, 수술 등 의료용, 자율주행 기반 로봇까지 협동로봇의 사용처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