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리스크에…농협은행, ELS 판매 중단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NH농협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ELS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28일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전국 각 지점에서 ELS 판매를 중단하고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당분간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판매 재개 시점을 따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농협은행 측의 설명이다.


농협은행이 이런 결정에 나선 것은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가 내년 상반기 만기 때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영업점에서 ELS를 취급하는 것에 큰 부담이 생긴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ELS는 기초 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데 현재 H지수는 고점이었던 2021년 1만 2000선보다 절반 가까이 폭락한 6000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은행들이 ‘비상’에 걸린 것은 이 상품 대부분이 은행에서 판매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 4100억 원 규모다. 상품 설계 구조와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할 경우 만기 도래 시 3조~4조 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판매 잔액을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4조 7726억 원 다음으로 NH농협은행이 1조 4833억 원에 달한다. 이어 신한은행(1조 3766억 원), 하나은행(7526억 원), 우리은행(249억 원) 순이다.


이에 이 상품 투자자들은 은행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불완전판매’ 의혹 및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 역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향후 ELS 판매를 둘러싼 갈등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20일부터 국민은행에 대해 ELS 판매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서면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할 수 있는지 금감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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