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법 리스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가 이번에는 허술한 내부 경영 시스템과 내홍으로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쇄신 작업에 나섰지만 공사 업체 선정 비리 의혹을 비롯해 조직 내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되면서 내실 보다는 외형 확장에 집중한 카카오식 성장 모델의 문제점이 다시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2025년 준공 예정인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서울아레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접수돼 내부 감사가 진행되자 경영 쇄신을 요구하기 위해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섰다. 현재 카카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쇄신 조치에 대한 노조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카카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임원의 법인카드 유용 문제 이후 경영진에서 쇄신안을 발표한다고 한 상황에서 또다른 비리 사건이 터지자 경영쇄신을 요구하는 성토 글들이 외부 커뮤니티에 하루 만에 수십 건씩 올라올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내홍은 카카오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의 유일한 내부 위원인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카카오의 경영 행태를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더욱 촉발됐다. 김 총괄은 자신의 폭언 사건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28일 자신의 SNS에 올린데 이어 이날도 임직원 골프 회원권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관련된 글을 추가로 올렸다. 김 총괄은 "'카카오는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파악해보니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었는데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골프를 치고 있었다"면서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한 뒤 (김 창업자는) 비상경영회의 때 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 달라고 했지만 이후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폭로글로 논란이 확산하자 카카오 일부 임원들은 오히려 김 총괄이 명예훼손과 (기업) 보안을 위배했다는 취지의 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해 맞불을 놓으면서 극심한 내홍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문어발식 외형 확장에 치중해온 카카오의 허술한 경영 시스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와 쌍벽을 이루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내부 통제 등 경영 시스템이나 조직문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보니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넘어 조직 내 갈등으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준법신뢰위 출범과 맞물려 내부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재정비하는 것을 최우선 쇄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창업자도 27일 열린 제5차 공동체 비상 경영회의에서 "관리 프로세스에 느슨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전 공동체 차원에서 준법·인사·재무 등 측면에서 밀착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사업 성과에만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성장 속도와 별개로 조직문화나 내부통제, 지배구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면서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