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클래스, 아티스트 굿즈 판매, 프라이빗 채팅(1대1 채팅 형태의 소통 방식).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단어지만 모두 엔터테크 노머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노머스는 ‘아티스트가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과 ‘아티스트와의 실시간 채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이제는 글로벌 엔터테크 기업으로 ‘스케일업’할 계획이다.
노머스는 아티스트들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부터 굿즈 기획·판매, 실시간 채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재공한다. 2019년 3월 법인을 설립한 뒤 같은 해 12월 아티스트가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원더월’을 선보이며 비대면 강의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아티스트와의 네트워크를 확대해 굿즈 제작, 공연 기획 등 IP를 활용하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 ‘프롬’을 선보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한 결과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92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185억 원으로 2배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설립 3년 만에 월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매출 400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 달성이 목표다. 이같은 성장성을 인정 받아 올 8월에는 250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투자 유치도 성공,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준(사진) 노머스 대표는 2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노머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빠른 성장세의 비결에 대해 “설립 초기부터 묵묵히 사업을 이어오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덕분”이라며 “노머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아티스트에게 도달하는 ‘네트워크 비용’이 감소하기 시작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설립 5년차인 노머스는 아티스트와 함께 강연·공연·다큐멘터리·웹 예능 같은 콘텐츠 제작부터 굿즈 및 국내외 콘서트 기획, 팬덤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시간적으로나 금액적으로나 아티스트 한명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역량도 쌓이면서 아티스트와 일하는 게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는 10명의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 오랜 기간 설득해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제는 5명이 노머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귀띔했다.
노머스는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하는 대형 연예 기획사와 달리 자유롭게 여러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현재 하정우, 악동뮤지션 찬혁, 10CM 등 500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동시에 FNC엔터테인먼트, RBW엔터테인먼트, 판타지오 등 유명 기획사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김 대표는 “노머스는 자체 아티스트 IP가 없어 오히려 자유롭게 틈새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써 여러 아티스트나 회사와 제휴를 맺을 수 있다는 차별점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팝 분야 뿐만 아니라 영화, 뮤지컬, 프로게임 등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와도 쉽게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프라이빗 채팅 서비스 프롬을 출시하며 엔터테크 기업으로 거듭난 노머스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K팝을 비롯해 한국의 여러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자본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엔터시장은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상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도 2년 전에는 없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며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 등장하거나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머스는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아오다 올 8월 250억 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유치에 성공해 현재까지 총 누적 투자 금액이 600억 원을 넘어섰다. 성공적인 투자 유치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창업 전 금융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투자를 위해 필요한 지표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사업 초기에 오픈한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 원더월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좋은 성과를 얻어 빠르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창업 직후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경영 목표는 바로 ‘흑자 경영’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다른 전략이 눈에 띈다. 실제 노머스는 설립 후 매출이 매년 100%씩 증가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기업 경영에서 이익이 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익을 내지 못해 투자를 계속 받으면 대표의 지분이 감소하고, 반대로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회사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 비결에 대해 “결국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엔터 분야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테크)과의 융합이 늦은 만큼 엔터테크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높다고 확신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엔터테크 시장 규모는 20조~30조 원에 불과하다”면서도 “아직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노머스는 당분간 섣부르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보단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홀로그램처럼 아예 새로운 분야에도 관심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노머스의 기존 서비스들을 서로 더 촘촘하게 연계해 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엔터테크 시장에서 팬들과 아티스트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들 사이 거리를 효과적으로 좁힐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