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마켓홀' 물건너가나…남대문시장 고도 완화 불발

일대 숭례문 보존지역 묶여 있어
문화재청, 높이제한 조정안 부결
세부 개발계획 따라 재검토 여지

남대문시장. 연합뉴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한국판 ‘마켓홀’로 재개발하려던 서울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일대가 숭례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묶여있는 만큼 재개발을 위해서는 높이 완화가 필요한데 문화재청이 서울시 측 요청을 반려하면서다.


29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의 ‘서울 숭례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조정안’을 12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부결 처리했다. 다만 세부 개발 계획에 따라 추후 재검토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지난해 말 동대문·남대문시장, 마장축산물시장 등 3곳을 ‘건축혁신’을 통해 관광 명소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롤케이크 모양의 유리 건물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르크탈(마켓홀)’ 시장, 버섯 모양의 메트로폴 파라솔로 유명한 스페인 세비야의 ‘엥카르나시온’처럼 창의적인 건축물을 통해 전통시장을 랜드마크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남대문시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재래시장이란 상징성을 지닌 만큼 재개발 시 국보 1호인 숭례문과 상호보완적인 관광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켓홀. 사진출처=마켓홀 홈페이지

이에 시는 올해 8월 남대문시장 일대 건축높이 조정안을 마련해 문화재청에 상정했다. 현재 남대문시장 일대 건축물 최고높이는 약 3층(11m~15m)으로 시는 일대 높이를 10∼17층(39∼69m)까지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원회 측에서 “숭례문 문화재 입지, 장소성을 고려할 때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며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14년 생긴 남대문시장은 현재 건축물 대부분이 재난위험시설물 D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남대문시장 연합상인회와 남대문시장 주식회사 등 시장 주민 1800여명은 시설 노후화와 화재 우려를 이유로 허용기준 조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가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안 도면(숭례문). 사진제공=서울시

한편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문화재 규제 기준을 두고 자주 충돌하고 있다. 9월 시는 덕수궁 담장 일부를 허물고 세종대로와 연계된 녹지 공간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문화재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 최응천 청장과 만나 문화재 인근이라도 필요에 따라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요청한 데에 대해 문화재청은 “공식 협의절차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시는 지난해 7월 종묘 관람을 위해 약 1000억원을 들여 창경궁과 종묘를 단절시켰던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녹지화했으나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이 우려된다며 종묘를 종전처럼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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