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플랫폼 티빙·웨이브 합친다 …국내 시장 M&A 급물살 타나

양사 내달초 MOU 체결 예정
성사땐 국내 1위 업체로 우뚝

연합뉴스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가 합병한다. 두 회사의 합병 논의는 2020년부터 있었지만 세부 조건에서 이견을 보여 진전되지 않다가 최근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자사의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다음 달 초 체결할 예정이다. 양 사는 실사를 거친 후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되는 구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85%)이고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40.5%)다. 티빙의 주요 주주인 네이버·SLL중앙·KT스튜디오지니와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SBS·MBC·KBS) 등도 합병 법인의 주주로 남을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이번 합병으로 재무적투자자의 자금 회수 부담을 덜게 됐다. 웨이브는 2019년 5년 만기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미래에셋벤처 프라이빗에쿼티(PE)와 SKS PE로부터 2000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내년까지 기업공개(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금에 수익률 3.8%를 더해 돌려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두 플랫폼이 합병에 최종 성공하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500만 명 규모의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국내 토종 1위 OTT 업체로 올라선다. 이번 합병은 OTT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초대형 OTT와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강자로 부상한 쿠팡플레이를 제치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의 합병 이후 국내 OTT 시장의 판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은 지난달 기준 510만 명의 월 이용자 수를 보유한 국내 대표 OTT 플랫폼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3위권에 머물러 있다.


3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티빙과 웨이브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올 8월 쿠팡플레이가 티빙을 제치고 이용자 수 기준 1위에 올라선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팡이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로 쿠팡플레이 이용권을 제공한 영향이 컸지만 창사 이래 내내 국내 OTT 1위 자리를 지켜왔던 티빙에는 충격파였다. 여기에 최근 일부 토종 OTT들이 업황 악화 여파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주요 업체들이 합종연횡에 나서지 않으면 실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업계 전문가는 “티빙과 웨이브는 킬러 콘텐츠가 겹치지 않아 통합됐을 경우 가입자 이탈은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보다 단기간에 기술력 등을 앞서긴 어렵겠지만 2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의 1위는 글로벌 메이저 넷플릭스(1137만 명)이며 그 뒤를 쿠팡플레이(527만명)가 쫓고 있다. 티빙과 통합에 나서는 4위 웨이브는 월 이용자 수 423만 명 수준이다. 3위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치면 933만 명에 달하는 월 이용자를 확보하며 단번에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2위 주자로 나서게 된다.


이에 따라 티빙이 웨이브와 합병에 성공하면 글로벌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양대 경쟁 구도로 국내 시장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주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면서 토종 OTT의 위기감이 컸는데 이번 합병으로 토종 OTT와 글로벌 업체 간 팽팽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변수는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넘어야 한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만큼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티빙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웨이브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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