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의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역시 자승 스님의 입적은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방화에 의한 타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례식은 5일간 엄수되고 다음 달 3일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30일 경기 안성경찰서는 “화재 당시 요사채에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의 타살 가능성 등 근거 없는 의혹이 퍼지자 서둘러 수사 결과를 공개한 셈이다. 이어 경찰은 “현장 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폰 위치값,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며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승 스님은 29일 오후 6시 50분께 안성시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불이 나 화재를 수습하던 중 발견됐다. 자승 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조계종 고위 인사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아왔다. 법랍(法臘)51년, 세수(歲壽)69세다.
조계종 대변인인 우봉 스님도 이날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며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소신공양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자승 스님의 차량에서는 2쪽 분량의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칠장사 주지 스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자승 스님의 장례는 5일간 조계종 종단장으로 엄수된다. 이날부터 조계사에 분향과 조문이 이뤄지고 다음 달 3일 오전 10시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비식은 3일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에서 열린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전국 교구본사, 종단 직영 사찰인 봉은사, 보문사에도 지역분향소가 마련된다.
조계종이 자승 스님이 스스로 분신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왜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승 스님은 입적 이틀 전인 27일 불교계 언론 간담회를 열었고 지난달에도 조계종 총무원 주요 보직자 등을 모아 놓고 종단 운영에 관한 방향성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