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의 오랜 숙원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혁신위)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역할도 이를 뒷받침할 예산도 여전히 깜깜이 속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 8월 혁신위 출범을 공언했는데 10월에야 설립 근거인 대통령 훈령이 마련됐다. 11월 중 혁신위 출범과 동시에 열기로 했던 킥오프 회의도 현재로서는 언제 열릴지 미지수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혁신위는 위원 위촉은 물론 출범 시기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실과의 협의 및 위원 위촉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월 17일 보도자료에서 “11월 중 1차 회의를 열고 시급한 안건부터 논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혁신위가 출범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바이오 헬스분야 정책 조정과 규제, 인력 등 범부처 컨트롤타워 역할을 규정할 구체적인 법적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지난달 보건산업진흥원에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을 위한 법적 기반 강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정부는 용역제안요청서에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관련 법률이 있지만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바이오헬스 혁신법(가칭)’에 대한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바이오헬스 혁신 거버넌스 정비 방안 △규제혁신 시스템 마련 △인력양성, 연구개발, 수출 지원 △바이오헬스 혁신에 필요한 법제화 등을 담은 보고서를 내년 3월 말까지 관계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내년 1분기 바이오헬스 혁신 법안의 윤곽이 나와도 국회 문턱을 언제 통과할지 점치기 어렵다. 내년 4월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 역학관계에 따라 법안이 무기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2025년도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역시 개별 부처가 수립하고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심의·확정되는 전례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혁신위의 구상대로 예산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위의 행보도 힘이 딸릴 수 밖에 없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각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상위법이 없으면 과거 같은 방식대로 업무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며 “관련 법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