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요 공급 업체 200곳 중 151곳이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시센터 순의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중국 국제공급망박람회’에 마련된 애플 부스에는 애플의 주요 공급 업체들이 중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애플 입장에서 아이폰 물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자 주요 판매국인 중국이 중요하겠지만 중국 부품 업체들 역시 자신들이 애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29일 찾은 박람회장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중국이 세계 최초로 공급망을 주제로 개최한 박람회에 대한 기대만큼 많은 기업인들이 몰렸다.
애플 부스에는 아이폰·아이패드 같은 제품 없이 협력 업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 제품에 납품하고 있는 터치스크린 제조사 런스커지, 자동화 기업 보중, 모듈과 프레임 생산 기업 장잉징미 등의 관계자들이 자사 기술력을 시연하고 홍보했다. 애플은 사과 로고와 스마트 제조, 교육 지원, 환경 책임 등을 강조한 자신들의 회사 소개만 설치했을 뿐 중국 공급망이 더 중심이 된 부스였다.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붐빈 곳은 스마트카 전시관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자율주행 등 관련 업계의 다양한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전기차 세계 판매 1위 국가인 중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테슬라 부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중 관계와 상관없이 테슬라 제품을 보여주려고 참여하게 됐다”며 “테슬라는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의 비중이 95%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중국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CATL)는 자신들이 구축한 배터리 생태계를 통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완성차 업체는 물론 배터리 소재, 부품, 충전 설비 등의 협력 업체들 옆에 부스를 마련하고 전기차 공급망에서 자신들이 빠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는 스타벅스 역시 부스 한 편에 적힌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在中國, 爲中國)’라는 문구를 통해 어떤 의도로 박람회에 참석했는지가 엿보였다. 스타벅스 담당자는 “중국에서 생산한 원두가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며 “중국은 전 세계에서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커피 재배, 로스팅, 판매까지 공급 전 과정을 실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GE헬스케어는 중국 협력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를 희망했다. 퀄컴·휴렛팩커드(HP)·아마존·페덱스·비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했다. 12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를 두고 주최 측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55개국 515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고 26%인 132곳이 외국 기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