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290원 선까지 무너지자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 헤지(위험 분산)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다른 상품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약세 압박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ETF 투자 때 환 헤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는 10월 30일부터 전날까지 6.37% 올라 국내 상장된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6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10월 분배금(27원)까지 합하면 실질 수익률은 6.66%에 달했다. 수익률이 좋다 보니 이 ETF는 순자산이 최근 1000억 원을 돌파했다. 11월 동안 순유입된 자금 69억 원 중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만 절반에 가까운 31억 원에 이르렀다.
반면 같은 기간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와 동일한 기초지수(Dow Jones U.S. Dividend 100 Index PR)를 추종하는 SOL 미국배당다우존스(1.63%),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1.75%), ACE 미국배당다우존스(1.48%) 등은 모두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거뒀다. 이들 ETF는 10월 분배금을 합한 실질 수익률도 1.73~2.06%에 불과해 이 기간 기초지수 수익률(5.78%)에도 크게 못 미쳤다. 미국배당다우존스지수를 추종하는 동시에 커버드콜(주식 매수, 콜옵션 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0.83%)’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0.47%)’는 성과가 더욱 부진했다.
상품들 간 희비를 가른 것은 환 노출 여부였다. 6개 ETF 중 환 헤지 상품은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가 유일하다. 환 노출 상품은 원화가 달러 대비 절상될수록(원·달러 환율이 낮아질수록) 불리한 반면 환 헤지 상품은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기초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추종한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서 1290원대로 4% 넘게 빠지는 사이 환 헤지 상품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본 셈이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6종의 순자산 자체는 환 헤지·노출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한 달 동안 6종 ETF에 모두 자금이 순유입됐다. 총 순유입 자금은 1063억 원에 달한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6종은 연초 이후 9121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올해 ETF 시장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경우 달러화 약세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ETF를 고를 때 환 헤지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 될수록 환 헤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달러의 방향성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돼 예측하기 힘든 만큼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환 헤지·노출 상품에 적절히 분산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