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9월까지 반도체와 자동차·석유화학 등 10대 제조업의 투자 금액이 기존 계획의 6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속도라면 최종 이행률은 90%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장기화와 점차 어두워지는 내년 경기 전망 등을 고려하면 투자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0대 제조업의 설비투자 계획을 점검한 결과 3분기 기준 약 66%가 이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 2월 산업부는 반도체 47조 원, 디스플레이 14조 원, 배터리 8조 원, 철강 4조 8000억 원 등 올해 10대 제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는데 올 3분기까지 65조 원 안팎에 그친 셈이다. 산업부는 “글로벌 고금리 및 불확실성 증가 등 투자 여건이 좋지 않아 기업의 투자 이행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의 투자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탓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석유화학제품 수출량은 전년 대비 9.5% 줄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 탓에 석유화학제품의 대중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대로면 올해 투자 이행률은 90%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내년 경기 전망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빼면 불확실성이 커 남은 기간 투자 동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은 기간 정책 지원 여력도 비교적 적은 상태다. 올 초 정부가 상반기 경제 여건이 유독 어려울 것으로 보고 수출·투자 지원 정책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산업부가 개최한 ‘10대 제조업 주요 기업 투자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과감한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연초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 금액 대비 투자 증가분의 10%를 추가 공제해주기로 했는데 이 제도는 올해 한시로만 진행된다.
산업부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업계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투자전략회의를 신설, 매 분기 기업의 투자 애로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 회의는 내년 1월 처음 열린다. 또한 업종별 핵심 투자 프로젝트는 전담팀을 구성해 밀착 지원한다. ‘샤힌 프로젝트’ 등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밀착팀이 구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