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30일 첫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올 8월 취임 직후 3명의 주요 부문장 교체를 골자로 한 ‘핀셋 인사’를 단행한 바 있지만, 이 같은 대규모 인사는 이번이 김 대표 취임 후 처음이다.
취임 후 첫 인사의 칼날은 어느정도 날카로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두달여가량 두문분출하며 인사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김 대표가 춘추전국시대 ‘법가사상’으로 유명한 한비자의 저서를 취임 후 자주 읽었다는 점에서, KT 특유의 ‘온정주의’가 없는 이른바 법치에 기반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예상하는 이들도 많았다.
KT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보 이상 임원수를 20% 가량 줄였다. 상무 이상의 임원은 기존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각각 줄었다. 실력보다는 연공서열을 바탕으로 한 ‘자리보전식’ 임원 승진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명백한 신호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권 카르텔’ 논란 등 현 정권의 공격을 의식한 탓인지 현 정부와 맞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이른바 ‘정권 코드’를 잘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무실장(부사장)으로는 검사 출신인 이용복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검사로 재직했다. 변호사 시절이었던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사건의 특별검사보 중 한 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현 정권과 코드가 잘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보·대외협력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부문장은 교수 출신의 임현규 부사장이 맡는다. 임 부사장은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정책특보로 일했으며 2013년 KT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을 역임했다. 현 정권 인사와 관련해 ‘MB 시절로 회귀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임 부사장 영입 또한 현 정권 코드에 맞춤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 구현모 체제와 관련해서는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확실한 판갈이 의지를 보여줬다. 구현모 전 대표가 2021년 신설하며 KT의 핵심 역할을 했던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은 해체하고 CSO(최고전략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등을 CEO 직속으로 편제한다. 김 대표가 LG구조조정 본부 상무 및 LG유플러스 CFO 등을 역임한 ‘조직관리·재무통’이라는 점에서 해당 조직을 자신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 부사장이 고려대 상경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고대 출신 중용설’이 나돌았지만 부사장 승진자 2명(이현석, 안창용)과 외부 영입 임원 4명(오승필, 임현규, 이용복, 정우진) 중 고려대 출신이 한명도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대표가 L G CNS 대표 출신인 만큼 LG CNS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빗나갔다. 컨설팅그룹장으로 영입된 정우진 전무(2018~2020년 LG CNS 근무)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인사가 없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분야에도 신경을 썼다. 기존 IT 부문과 융합기술원(R&D)은 기술혁신부문으로 통합됐으며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AI테크랩 부문이 신설됐다. 김 대표는 KT의 초거대언어모델(LLM) ‘믿음’ 공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AI 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번 조직재편으로 이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KT는 이외에도 기술혁신부문 산하에 클라우드·AI 전문가들이 한데 모인 KT컨설팅그룹을 만들어 기업간(B2B)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