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필수의료의 봄, 언제쯤 올까

안경진 바이오부 차장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신군부 세력의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다. 실권 장악을 위해 계엄사령관을 강제 연행하고 서울 시내에 병력을 투입하는 전두광의 모습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게 군대냐”고 분노하며 온몸으로 맞서는 이태신의 편이 돼 진압군을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140분이 훌쩍 지났다. 비록 극소수지만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참군인 정신을 지향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보며 받은 스트레스를 스마트폰 건강 관리 앱으로 측정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인증 챌린지’도 유행하고 있다. 당시 시대상을 겪어보지 못한 20~30대는 왜 서울의 봄에 열광할까. 어쩌면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40년이 지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와 명예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의사’ 집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한국 사회의 욕망이 가장 잘 투영되는 직업군이기도 하다. 강남 학원가에 ‘초등 의대반’이 생겨났다는 소식은 수억 원대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지방의료원의 현실과 대비된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무게감보다 금수저 출신이 아니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다리 정도로 여겨지는 듯하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입학 정원을 최소 2151명은 늘리기를 희망한다는 전국 의대 수요 조사 결과에서도 대학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에 비춰볼 때 위험 부담이 크고 업무량이 많은데 보상이 적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현재 의료 시스템을 고수한 채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필수 및 지역 의료 분야의 의사 인력난이 해소될 리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의대 졸업생을 늘리면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의 계산은 낙관적인 수준을 넘어 무책임하다. 군인이라면 응당 이태신 같이 행동하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동안 일부 의사들의 사명감으로 버텨 온 필수의료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국민들이 바라는 해피 엔딩은 단순히 의대 입학생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즉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바란다. 의사 단체의 파업 선언과 정부의 달래기 정책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너무도 식상하다. 필수 및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속도감 있게 전개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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