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머니게임" "2035엑스포 검토"…시민단체 "핑계 삼지 말아야"

"시민 총의 모은 후 엑스포 재도전 입장 정할 것"
"결정적 패인은 머니게임…BIE, 유치 경쟁 검토해야"
부산 정치권, 유치 실패 "네 탓" 공방

박형준 부산시장이 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염원에 부응하지 못해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내년에 세계박람회(엑스포) 관련 연구와 재도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들의 총의를 모은 후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을 정하겠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도전에 대한 시민 뜻을 묻고 정부와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35년 엑스포 유치가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를 가질지, 실제로 이번에 정말 유치에 나서게 되면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열린 개최지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얻어 개최지로 확정됐다. 당시 부산은 165개국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29표를 받는 데 그쳤다.


이날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박 시장은 먼저 “시민 염원에 부응하지 못해 참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지난 2년여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유치도시 시장으로서 낭보를 못 전한 데 대해 책임과 부덕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BIE 현지 실사와 프레젠테이션 등이 상대 후보국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머니게임이 돼 각국의 표를 예상보다 훨씬 받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라며 “왜 그렇게 됐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BIE도 엑스포 유치 경쟁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부산시, 국회, 대기업 등 민관이 ‘코리아 원팀’으로 적극적인 교섭 활동을 편 덕에 부산이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지옌(Z/Yen)사가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SCI)에서 부산시는 세계 77개 주요 도시 가운데 19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3위, 국내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금융도시 지수도 크게 높아졌고, 세계 유수의 기관과 언론들이 부산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부산시의 자매·우호도시도 37개에서 49개로 늘었고 대상지역이 동유럽과 아프리카로 확대되는 등 글로벌 허브 도시 외교의 지평이 한층 넓어졌다. 특히 지난 2년간 부산에 유치한 기업 투자도 역대 최대인 101건 8조6084억원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엑스포 유치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 완공을 6년 앞당기고 BuTX 건설을 구체화했으며 북항재개발 사업을 비롯한 부산의 현안 사업들을 힘있게 추진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한편 부산 정치권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있는 BIE 총회에서 개최지를 발표한 이후 “송구하다”면서도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엑스포 유치를 처음 기획한 전 부산시장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부산 진갑)도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를 두고 “투표 당일까지 격차가 근접할 만큼 줄었다고 주장했던 근거가 있을 것인데 이리도 처참하게 오판했다면 전 정부를 끌어들이기 전에 현 외교라인의 문제점부터 먼저 짚어봐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라며 “누구보다 엑스포 개최를 염원했던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대변하고자 한다면 현 집권세력의 반성과 성찰이 우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박 시장의 발언에 “패배 원인은 결국 남 탓하는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엑스포 유치 실패 핑계가 아니라 먼저 사과하고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유치전에 늦게 나섰고’ ‘오일머니를 앞세운 경쟁국의 유치 활동에 대응이 쉽지 않았고’ ‘사우디의 물량공세에 대한 BIE 관리 미흡’을 운운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사우디와 BIE에게 돌리는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재도전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과 부산시의 무능을 재도전으로 무마하겠다는 것이고 또다시 시민을 기만하고 예산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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