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투자바이블] 석유 갈등과 수소 스타트업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美 증산 불안한 중동·러 등 산유국
수소 등 친환경 연료 전환 적극 추진
자금난 수소 기술기업 한파 견뎌내길


미국은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미국이 석유에너지에 기득권이 있었음에도 포기하고 친환경으로 돌아선 것은 탄소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탄소경제 기반 위에서 중국의 상승세를 막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전에 유럽도 친환경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미국의 움직임은 무게가 다르다.


러시아·중동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 그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석유 자원을 한마디 상의 없이 ‘몰가치화’하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그들의 석유 수출 통로를 서방이 통제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배경에도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농후함을 감안할 때 석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9·11테러가 유가를 통제하려던 미국이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매장된 석유에 접근하려는 데 대한 러시아·중동의 저항이라고 주장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에너지 갈등이 증폭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다. 다행스럽게 지난 40년 동안 세계경제는 글로벌화를 통해 너무 많이 얽혔다. 즉 상대를 때리면 자신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동 및 러시아 산유국(OPEC+)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질 것이다. 올해 9월 말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4달러까지 치솟던 유가가 최근 8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및 러시아는 재정 수입 부족을 고민해야 한다.


유가 하락의 주요인은 미국 석유 재고의 증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초기 ‘화석연료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미국 셰일 유전으로의 투자 자금을 성급하게 차단했다. 그 결과 OPEC+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남미 등 비OPEC 국가들의 석유 증산이 OPEC+의 감산을 상쇄하기 시작했다. 특히 브라질은 2029년까지 세계 4대 산유국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즉 감산이 자칫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될 수 있고 산유국들의 단결력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산유국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석유를 운송 수단의 연료로 단순히 태우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높은 가치의 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석유는 수소와 탄소로 결합돼 있으며 이 결합은 촉매로 끊을 수 있다. 그러면 수소는 전기가 필요한 곳으로 운송해 연료전지를 통해 친환경 전기로 만들 수 있다. 나머지 탄소는 탄소섬유·그래핀 등 고급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 수소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그 운송 및 저장 인프라가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구축될 것이다. 현재 산유국에서 수소경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기대와 달리 일부 수소 관련 스타트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오랜 고금리에 지쳐 자금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동트기 전 어둠이 가장 깊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기업들의 생환에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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