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구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추진하면서 이를 유치하기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뜨겁다. 관련 기관의 추가 유치와 같은 행정·재정적 부수효과를 기대하는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이민청 유치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이를 뒷받침할 각종 공청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외국인 거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안산시는 대한민국 이민정책을 선도해 온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안산시 시민동행위원회는 이민청 유치를 위해 300명의 동행추진단을 꾸려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자체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안산시의 외국인 거주자는 10만 1850명으로 시 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05년 전국 최초로 외국인 전담기구를 설치했고, 2009년에는 다문화마을특구도 지정했다. 이 시장은 “외국인 주민지원본부 등 안산이 가진 외국인 정책 인프라와 경험은 향후 이민청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이민청 유치 의사를 가장 먼저 공식화한 경기 김포시는 인천·김포국제공항과 경인항이 30분 내외 거리에 있고, 서울과의 접근성 등 지리적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국다문화도시 협의회장이기도 한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 5월 한 장관을 만나 유치 의지를 전했다. 김포시는 지리적 이점 외에도 7개 대규모 산업단지와 제조업 등 풍부한 일자리와 선도적인 다문화 정책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포시는 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거점으로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적응을 돕는 한편, 민관학이 함께 하는 통합 네트워크 활동도 펼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지방의회가 먼저 이민청 유치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부산시에서는 ‘이민청 부산 유치 시민추진위’가 지난달 19일 첫 모임을 가졌다. 추진위는 이민청 부산 유치에 뜻을 한데 모으고 이를 시민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과 세부계획 수립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부산이 동북아시아의 관문도시라는 지리적 특성까지 갖춰 이민청 설립의 적격지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만 부산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도 지난 7월 일찌감치 이민청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해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충남도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인천시 역시 재외동포청에 이어 이민청 유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경남도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 등을 위해 외국인 인력도입 개선 등을 요구하며 이민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가장 먼저 냈다. 다만 도는 도내에 외국인을 포함한 산업인력지원청 설치를 검토하면서 이민청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도가 중심이 돼 이민청 유치에 나서야 한다며 비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