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양도세 이월 과세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세율 20~30%포인트 가산) 제도를 도입하자 자산가들이 주택 처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 강남 같은 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면 세율 70%가 적용됩니다. 최대 50%인 증여세율보다 높아 남에게 매각하기 보다는 차라리 자식에게 증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부동산 증여 붐을 부추겼습니다. 주택 증여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내년 5월 9일까지 한시 배제된 현재까지도 진행형입니다.
세금을 어떻게든 덜 내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에 가깝습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방법은 취득가액을 높이거나 양도가액을 낮추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2개 방안 모두 다운·업 계약서를 쓰지 않는 한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죠. 하지만 사전에 증여를 활용하면 양도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자산을 증여해도 10년 이내 6억 원까지는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 기본공제 한도(6억 원)를 이용한 매각은 고전적 절세 전략입니다.
사례를 보겠습니다. 남편 A가 2억 원에 취득한 아파트의 시세가 현재 10억 원에 이르고 매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합시다. A가 2억 원에 사서 10억 원에 판다면 양도 차익은 8억 원으로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3억6만 원의 양도세(공제 제외)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아내 B에게 시세 6억 원일 때 사전에 증여한 뒤 이를 제 3자 C에게 10억 원에 판다면 세금은 얼마나 나올까요. 증여세는 물론 없습니다. B는 양도차익 2억 원에 대해 세율 38%를 적용하면 5606만 원의 세금이 산출됩니다. A→B증여→C 양도는 A→C 양도 때의 세금에 비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징세 행정을 담당하는 국세청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증여를 거친 양도세 편법 절세에 제동을 거는 장치(이월 과세)를 만들었습니다. A→B증여→C 거래를 A→C의 거래로 간주하고 양도 차익의 기산일을 앞당기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통상 증여 받은 주택의 취득 시점은 증여일이 원칙이지만 수증자(아내 B )가 증여 받은 날 보다 앞선 증여자(남편 A)의 취득일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이월 과세’라고 부릅니다. 이는 과세를 뒤로 넘긴다는 의미로 남편 A가 냈어야 할 양도세를 아내 B에게 몰아서 내도록 한다는 개념이죠. 증여자의 취득 시점부터 누적된 자본 이득을 온전히 과세함으로써 공평 과세를 실현한다는 취지입니다. 취득 시점을 앞당기는 이월 과세는 증여 받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면 적용됩니다. 원래는 5년 이내였다가 올해부터 10년 이내로 늘어났습니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적용 시기입니다. 시행 기준 날짜는 양도일이 아닌 증여일 기준입니다. 예컨대 개정 소득세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22년 12월초 배우자에게 아파트를 증여했다면 2027년 12월 이후(5년 이후)에 제 3자에 양도하면 이월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 올해 1월 증여했다면 2033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월 과세는 모든 증여자에 일괄 적용되지 않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거래만 국한됩니다. 그 외 특수관계인(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부당행위계산 부인’ 특례라고 해서 명칭은 다르지만 원리는 거의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부당한 세금 계산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형이 동생에게 증여하고 동생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외의 친족간 증여 후 매각은 원칙적으로 A→C의 양도로 간주하고 아예 A에게 납세 의무를 부여합니다. 이때 B가 낸 증여세는 돌려줍니다. 단 양도소득이 증여자(형)가 아닌 수증자(동생)에게 귀속됐다는 것이 입증되면 ‘부당행위계산 부인’ 특례를 배제합니다.
세정 당국의 조세 회피 방어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월 과세의 도입 취지가 편칙적 조세 회피에 있는 만큼 만약 이월 과세로 납세자가 유리하면(세금을 덜 내게 되면)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만든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게 이월 과세로 산출한 양도세가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산출한 양도세보다 적을 경우 후자(이월 과세 배제)를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2017년 7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두 개의 산출 세액을 비교해 많은 것을 내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시간이 갈수록 올라가는 속성을 고려하면 세금 역전 현상이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세정 당국의 집요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법은 세액 산출 방법이 복수일 때 이처럼 세금을 더 내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꼼수 차단 특례 조항도 있습니다. 우회 증여를 통한 매각으로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가령 여러 채 주택을 소유한 아버지가 세대를 분리한 무주택 아들에게 5년 전 취득한 아파트 한 채를 증여했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아들이 증여 받은 지 채 1년도 안 돼 제 3자에 매각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월 과세가 적용돼 아버지가 취득한 시점까지 아들의 주택 보유 기간(6년)으로 인정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아파트 한 채를 증여 받은 아들이 1년 이내 단기 매각해도 1세대 1주택으로 비과세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변칙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절세를 돕는 꼴인데요, 당국이 이를 용인할 턱이 없습니다. 이월 과세로 수증자가 비과세 대상(일시적 2주택 비과세 포함)이 되면 이월 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뒀습니다.
이월 과세가 적용되면 양도에 앞서 수증자 B가 낸 증여세와 증여취득세를 필요경비로 인정받을까요. 미리 낸 증여세는 이중 과세 방지를 위해 필요 경비로 인정 받지만 증여취득세는 공제 대상이 아님을 유의해야 합니다. 증여로 인한 B의 취득을 인정하면 취득세 필요 경비가 중복 공제(A와 B 취득세)되기 때문입니다. 헷갈리 쉬운 건 증여한 배우자와의 결혼 관계가 양도 시점에 종결된 경우입니다. 배우자와 이혼하더라도 이월 과세가 적용되지만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월을 배제합니다. 이혼과 사망 모두 결혼 관계가 종결된 것임에도 다른 잣대를 대는 것은 사망(상속 발생)의 경우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이월 과세는 부동산을 증여 받은 지 10년 이내에 처분하면 사전 증여 없이 직접 양도하는 것과 양도 차익이 같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결국 10년 이후에 매각해야 절세 효과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죠. 증여 기본 공제가 배우자(6억 원)에 비해 훨씬 적은 5000만 원(미성년자 2000만 원)인 자녀에 대한 증여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녀 증여는 기본 공제액이 적지만 한 번 손바뀜하면 양도 차익을 쪼갤 수 있어 현행 누진세율 구조에서는 세 부담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10년 이후에 매각한다면 매도 타이밍과 자금운용 측면에서 불리한 단점이 있습니다.
선택지는 명확합니다. 절세를 위해 10년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자산을 물려줄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전 증여 후 매각은 세무 당국으로부터 주목을 받을 뿐 실익이 없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조세 회피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세금 폭탄을 전가하게 됩니다. 다음주 ⑤회에서는 양도세 중과세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