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엔화 가치 폭락) 효과로 일본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가 지난달 1조 4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에 비하면 7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니케이225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가 지난달 1조 3952억 원 규모로 발행됐다. 니케이225 지수를 편입한 ELS는 지난해 11월(2075억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발행 규모가 7배 가까이 늘었고 올 해 1월(5417억 원)에 비해서도 약 3배 증가했다.
올 들어 3월까지도 니케이225 연계 ELS 발행 규모는 5802억 원 수준이었지만 4월에 8462억 원을 기록한 후 8월에는 9851억 원까지 늘었다. 그러다가 9월에는 관련 ELS 발행이 1조 2915억 원에 이르면서 2020년 2월(2조 9150억 원) 이후 처음 1조 원을 넘어섰다. 이후 10월(1조 4192억 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1조 4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일본 증시가 거품 경제 시기인 1990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니케이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는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 중인 가운데 엔화 약세와 일본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니케이225 지수는 올 들어 이달 1일까지 28.1% 상승하며 3만 3431.51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유망 산업과 기업에 선별 투자하는 테마형 ETN(상장지수증권)도 증권사들이 계속 새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 ‘한투 일본종합상사 TOP5 ETN’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 ETN은 이토추상사·미쓰비시상사·미쓰이물산·스미토모상사·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 첫 상품이다.
한투가 이번 ETN을 준비한 것은 엔저 장기화에 따라 내년에도 일본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높게 본 때문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 종합상사들은 엔저 효과로 수출이 늘면서 순이익 ‘1조 엔 시대’를 열어제친 데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친환경·광물 등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의 지난해 순이익은 각각 1조 1806억 엔과 1조 1306억 엔으로 1년 전보다 20%가량 늘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이같은 실적에 주목해 올 들어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주식을 대거 매입한 바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미쓰비시상사는 올 들어 62.9% 급등했으며 미쓰이물산도 41.3% 상승했다. 아울러 이토추상사(42.0%)와 스미토모상사(44.1%), 마루베니(56.4%)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종합상사들은 10년 전부터 비자원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 며 “최근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배당을 늘리고 있는 점도 주가에 호재”라고 말했다.
앞서 KB증권도 이달 15일 ‘KB 일본 로보틱스 TOP10 ETN’과 ‘KB 일본 컨슈머 TOP10 ETN’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각각 로봇·기계와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본 주요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일본 증시가 유망하다고 하지만 일본 통화정책의 방향성이 바뀔 수 있고 특히 증시가 오를 때 ELS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확대하고 이익은 제한하는 셈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원금 손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지수의 하락 구간에서 투자를 늘리고 가격이 오를때는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