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초저출산 방치하면…2050년 성장률 0%이하 추락"

한은 '경쟁압력·불안' 이유 꼽아
높은 집값·수도권 집중 해소해야
출산율 0.2명↑잠재성장 0.1%P↑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신생아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국내 초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측면의 ‘불안’을 꼽았다.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이고 경제 전반에 불평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께 총인구가 4000만 명을 밑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한은 경제연구원은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으로 전 세계 217개 국가·지역에서 홍콩(0.77명)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2006년 이후 다양한 정책 노력에도 지난해 사상 최저인 0.78명으로 하락한 데다 올해 0.73명, 내년 0.70명 등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경쟁 압력’과 ‘불안’을 초저출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분석 결과 경쟁 압력을 많이 느끼는 청년일수록 희망 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경쟁 압력과 밀접한 인구밀도가 출산율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도 관찰됐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취업 경쟁이 심화됐고, 우리나라 청년층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생활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크게 나타나는 등 경쟁 압력이 심한 상태다.


고용·주거 안정도 결혼·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다. 취업이나 정규직 여부 등 개인 고용 상태에 따라 결혼 의향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문 실험에서도 주택 마련 비용에 대한 정보를 접한 그룹에서 결혼 의향과 희망 자녀 수가 줄어들었다. 양육 불안도 저출산과 연관돼 있다. 육아휴직 실제 이용 기간이 짧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지원 의무감이 강할수록 결혼 의향이 낮은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노동의 이중구조를 완화해 일자리에 대한 경쟁 압력과 불안을 줄이고 수도권 집중 현상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집값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주택 가격 안정화와 이와 연관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가정 양립을 위해 남성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이런 정책적 노력으로 출산율을 0.2명 끌어올리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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