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외의 발언’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존슨 의장이 소속된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거세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이번 주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미디어 행사에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행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그곳(우크라이나)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것을 확신한다며 민주당은 공화당이 요구하는 국경 정책 변화에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과 거래를 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이 같은 공개적인 발언은 의회 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WSJ은 전했다. 존슨 의장은 지난 10월 25일 하원의장으로 선출되기 한 달가량 전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예산안에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하원에선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인도·태평양, 미국 국경 지원 등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묶은 106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요청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가로 막혔다.
이번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필요성 언급으로 존슨 의장의 지도력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난달 14일 연방 정부 부처의 예산 소진 시기를 2단계로 나눈 임시 예산을 민주당 도움으로 처리하며 ‘셧다운(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을 가까스로 막았다. 전임자인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은 민주당과 손잡고 지난 9월 말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가 이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제출한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존슨 의장에 대해서도 ‘(당의)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또 한번 해임 결의안이 제출될 수 있는 곳이 공화당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원조를 거부하라는 지역구 유권자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59%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의장직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