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가 10주년을 맞았다. 크고 작은 논란 속에서 오랜 세월, 안방극장을 지킨 프로그램의 저력은 진정성이었다. 진정성에 힘입어 올해 MBC 연예대상의 대상 영예를 '나혼산' 출연자들이 안을지 기대를 모은다.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 10주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허항 PD,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이장우, 키, 코드 쿤스트, 김대호가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혼산'은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3년 첫 방송돼 MBC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허 PD는 "요즘은 시즌제 프로그램이 많은데, 우리는 10년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온 프로그램이다. 전력질주 하듯이 달리기 보다는 마라톤을 뛰듯 오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됐다"며 "그안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시청자들과 호흡하면서 왔다. 공감을 해준 시청자들의 덕"이라고 감사했다.

출연자들은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전현무는 "거의 10년 가까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혼자 사는 것 자체가 많이 우울하기만 하고, 짠한 느낌이었다"며 "요즘에는 혼자 사는 분들도 많고, 다양하게 1인 가구의 삶을 즐기지 않냐. 10년 동안 '나혼산'을 하면서 대중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서, 사회가 변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박나래는 "처음 '나혼산'을 했을 때는 어색했다. 무지개 회원들도 많이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같은 느낌이 들더라. 함께 성장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기안84는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다. 결혼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는 고민 사이에서 나이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장우는 "출연한 지 4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한두번 하고 말겠지 싶었는데, 가족같이 친해졌다"며 "결혼을 하게 되면 배신감이 들 것 같다. 그래서 결혼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키는 "내가 10년의 기간을 다 같이 한 건 아니지만, 내 일상을 사랑해주는 게 감사하다. 전현무처럼, 기안84처럼 사는 사람은 처음 봤는데, 이들의 일상을 보면서 다름을 인정할 수 있게 됐다"며 "다른 사람의 인생을 따라 살아 보려고 한다는 게 바뀌었다"고 했다. 코드 쿤스트는 "학창시절부터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나혼산'이 확장판 같더라"며 "'덕업일치'의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나혼산'이 10년 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실성이었다. 허 PD는 "목숨처럼 지키고 있는 게 진실성이다. 설정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느끼게 된다"며 "무지개 회원들이 본인의 일상을 거짓 없이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작진은 최대한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1주년, 12주년 나아갈 때도 진정성은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PD는 '나혼산' 섭외 기준을 밝혔다. 그는 "절대 조건은 1인 가구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떤 분의 일상이 궁금할까?'를 고민한다"며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고 있다. 만남이 성사된 연예인과 미팅을 해서,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많은 분들께 좋은 에너지와 신선한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출연 후보군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산 지 2주된 분들도 나온다. 갓 독립한 분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냐"며 "'나혼산'을 위해 독립했다면 PD 입장에서 감사한 일이다. 방송에서 이분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일상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좋은 느낌을 갖는지가 기준"이라고 했다.

10년을 가던 '나혼산'의 위기는 언제였을까. 전현무는 "'나혼산'은 진짜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청률이 안 나온 순간이 있었다"며 "정체성과 본질을 유지하고 싶은데, 시청률이 안나와서 제작진이 아이러니함을 느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전통으로 뚫고 갔고, 결국 인내한 결과 오늘이 왔다"고 말했다. 허 PD는 "작은 논란이나 오해가 생겼을 때 우리는 비상으로 돌입한다. 어떻게하면 오해가 커지지 않을까 대처를 하기 위해 고민한다"며 "파도를 타듯 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나혼산'의 기안84와 팜유즈(전현무 박나래 이장우)가 2023년 MBC 연예대상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허 PD는 "기안84 대상 유력론이 나온 건 '태계일주'와 '나혼산'에서 활약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라며 "둘 중 누가 받을지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기안84는 "전현무는 처음으로 방송하게 된 연예인이고, 옆에서 오래 봤다. 전현무 덕분에 사회화도 됐고, 많이 배웠다"며 "전현무에게 감사하다. 대상을 받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난 똑같이 살 것"이라고 했다. 전현무는 "올 한해를 분석했는데, 야구로 봤을 때 5회 정도까지는 내가 앞서있었다. 그런데 기안이 '태계일주'로 인도에서 강물을 마실 때 올라오고 '나혼산'에서 마라톤으로 나를 앞섰다"며 "마지막 대만 팜유즈 편이 있는데, 이게 내 마지막 기회다. 대만 팜유즈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안84의 확률이 높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나혼산'은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