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2기 1차 개각의 키워드는 ‘민생 관련 부처’ ‘능력 중심 인선’ ‘인적 다양성 고려’ 등으로 평가된다. 우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를 제외한 다섯 명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 관련 부처다. 여섯 명의 후보자는 모두 능력을 검증 받은 관료, 교수,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인선 다양성 측면은 출신 학교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숙명여대·인하대 등 출신으로 폭넓게 중용됐다. 남녀 성비도 맞춰 여성 인재가 이번 여섯 명의 후보자 중 절반인 세 명에 이른다.
윤석열 정부의 2기 경제팀은 경제구조를 개혁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민생 물가와 주거 문제 등을 해소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 및 지정학적 안보·정치 리스크 등 외생변수 속에서 대한민국의 거시경제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책임을 직면했다. 어느 한 측면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젊은 시절부터 ‘천재 관료’로 평가 받으며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도맡았던 베테랑 관료인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새 경제팀의 컨트롤타워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29회)했고 대학 졸업도 수석으로 했다. 공직 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및 금융정책과장,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경제정책국장, 정책협력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 최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이명박 정부 당시 첫 경제 수장이었던 강만수 장관 이후 끊겼던 서울대 법대 출신 기재부 장관의 명맥을 잇게 된다. 최 후보자는 이날 인선 발표 직후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에 ‘임중도원(任重道遠·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의 책임감을 느낀다”며 각오를 다졌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책통이다. 그는 국토부에서 핵심 라인인 건설정책관·국토정책국장·주택토지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해 주택수급 문제 해소, 국토균형발전 등의 퍼즐을 풀 적임자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 주택 사업을 주도하는 LH 사장을 맡아 주거 분야에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자리를 다 경험했다.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국토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권도엽 장관 임기 종료 후 약 10년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을 맞이하게 된다. 박 후보자는 “촘촘한 주거안전망 구축과 주거 사다리 복원을 통해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출퇴근 교통혁신을 통해 하루의 시작과 끝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1970년생으로 이날 지명된 후보자 중 가장 젊다. 인하대 해양학과를 나와 해양 자원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실적을 쌓았고 해양과학기술원장에 파격 발탁된 뒤에도 원만한 조직 관리로 호평 받았다. 해수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수산물 안전관리 강화, 어촌 정책 제고,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 등 현안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후보자는 “우리 연안 경제 지역 주민들의 활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학자 출신으로 대표적 도시·농촌 균형발전 전문가다.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대통령 직속 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이다. 연구 업적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 발전에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송 후보자는 “역량과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농촌에 유입될 수 있도록 우리 농업을 생산성과 부가가치 높은 미래 성장산업으로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외교부 2차관 출신이다. 외교부 출신이 경제 부처 수장에 발탁된 배경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제와 외교를 총괄하는 2차관을 역임,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왔다”며 “우리 중기의 신시장 개척과 글로벌화를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자의 남편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장석명 전 비서관으로 부부가 모두 공직을 지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 후보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직에 있는 내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일했고 장관이 되더라도 현장 중심으로 뛰겠다”며 “소상공인을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더 듣겠다”고 답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숙명여대 총장 출신으로 여성 경영학자다. 경륜 있고 신망이 두터운 원로라는 평가다. 6·25 참전용사의 딸이자 독립유공자의 손자며느리로 보훈에 남다른 관심과 식견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의 2기 1차 개각이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넘은 후 취임해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여소야대의 정치 역학 구조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적 공감대가 큰 정책부터 시동을 거는 등 우선적인 정책 의제 선정부터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기 활력, 주택 공급 정책과 농업 개혁이 시급하다.
이번 개각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일하는 정부로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개각에 반영됐다”며 야권을 향해 “국정 운영의 공백이 없도록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만 권칠승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번 개각은 총선 출마자들이 도망친 자리를 채우는 ‘도주 개각’이자 ‘불통 개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향후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추가 개각은 야당의 반응을 보며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인선 발표도 전망된다. 내년 4월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연말 ‘원 포인트’ 개각설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