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을 받았다가 의료사고로 후각을 잃은 환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을 3%로 산정한 것은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성형외과 전문의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2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B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혈용 거즈를 제거했는데도 통증과 호흡곤란 증상이 지속되자 수술일로부터 열흘이 지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A씨의 콧속에 아직 제거되지 않은 거즈가 있었다. A씨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냄새를 맡지 못하는 무후각증을 앓게 되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B씨가 수술 후 A씨의 콧속에서 거즈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결과 A씨의 비강이 감염돼 무후각증을 유발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잔여 거즈를 제거한 이비인후과에서 상급병원 진료를 권유했음에도 A씨가 이를 따르지 않아 염증 치료시기를 놓친 점 역시 무후각증에 영향을 줬다며 B씨의 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산정하는 방식에선 1·2심 법원 판단이 갈렸다. 노동능력상실률은 후유장해 때문에 상실한 노동 능력의 정도를 비율로 산출한 것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1심은 국가배상법 시행령에 나오는 ‘신체장해 등급과 노동력상실률표’를 토대로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5%로 보고 배상액을 4600여만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2심은 대한의학회의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3%로 판단해 배상액을 2500여만원으로 줄였다.
2심 재판부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대해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다”며 “국가배상 기관에서 배상액수를 정하기 위한 행정 편의적 기준인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